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41p
킹옹 추리의 마침표
에드거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어느덧 2년이 흘러 메르세데스 3부작의 완결편이 출간되었다
...ㅠ_ㅠ 이전작인 [파인더스 키퍼스]의 끝맺음에서 메르세데스 킬러인 브래디의 귀환(염력 +1 )을 암시하며 3부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 이번 완결편에서는 킹옹의 주특기인 슈퍼내추럴과 추리를
적절히 믹스시켜 킹옹만의 색체를 뿜어내는 판타스틱 사이코 탐정물이라는 새장르를 개척시켜 버렸다...
메르세데스 킬러와의 악연을 시작으로 호지스 탐정 사무소인 파인더스 키퍼스의 창설과 부활한 메르
세데스 킬러와의 마지막 정면 대결까지 실로 3부작의 장대한 서사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노년탐정 빌 호지스의 대망의 임무종료(엔드 오브 왓치) 작품이었다.
전작에서도 예고 했지만 홀리에게 뇌가 무참히 깨바셔지고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가까스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브래디가 얻게된 초능력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가 관건이었는데, 킹옹은
세계적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자살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개개인에게 깊숙이 침투한 휴대용 단말기를
초능력과 결합시켜 전혀 새로운 식의 이야기를 창조해 내버렸다. 추리 탐정 소설로 봤을때 다소 황당
할지도 모르겠지만, 킹옹의 팬이라면 이런 킹의 수퍼내추럴식 작품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것 같다.
그가 수십년간 항상 썼던 이야기이자 가장 잘쓰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수년간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브래디는 뇌과학 전문의 배비노 박사가 허가받지 않은 약물로 불법임상
실험을 벌이는 와중에 의식을 찾는다. 처음 의식을 찾은뒤 생각만으로 작은 사물을 움직이는 염동력
을 자각하고 그 능력으로 간호사들에게 겁을 주거나 희롱하는데 사용한다. 염력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것을 깨달은 브래디는 어느날 병원의 잡역부가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에서 블루홀이라는 물고기
게임의 데모화면을 함께 보게 되고, 데모 화면을 통해 우연히 잡역부에게로 빙의하게 된다.
한편...건강에 이상신호가 오는것을 자각한 호지스에게 퇴임을 앞둔 동료형사 피트가 모녀 자살사건에
호지스를 불러들이는데......
휴대용 게임기의 화면을 통해 정신을 빙의 한다는 설정은 비디오 테잎을 통해 저주가 번진다는 공포
소설 [링]에서 시작되 근래에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의 동영상을 통해 저주가 전파되는 설정의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등의 헐리우드 영화들까지 저주나 빙의라는 고전 공포 소재를 발전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공포로 창조해내는 하이테크 호러와 잘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는 이런 정신감응 혹은
원격 빙의라는 마인드 파워에서 비롯된 초자연적 현상을 와이파이 휴대용 게임 기기라는 유행 트렌드에
맞춰 컨버전스 한것으로 보이는데, 어찌보면 마인드 스틸러라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브래디
라는 좀비 바이러스가 와이파이를 통해 휴대용기기를 타고 (마치 PC처럼)인간을 감염시켜 숙주가 되버리는
PC 바이러스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을것 같았다. 이번 작품은 휴대용 게임기를 마인드 스틸 혹은 바이러스의
전파 매개체로 설정 하는데, 비슷한 예로 킹옹의 좀비 소설인 [셀]은 휴대폰을 매게체로 설정한다. 이처럼 킹옹은 우리에게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물건을 느닷없이 공포의 대상으로 둔갑시키는걸 꽤나
즐기시는것 같다는....뭣보다 이제 일흔이 되는 킹옹이(빌 호지스와 동갑인...) 이처럼 뒤쳐지지 않고
최신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작품을 써내는 오픈 마인드가 아직도 킹옹이 주류 상업 문학의 제왕으로 군림
하게 만든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찌됐던,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이어 에스퍼 능력으로 갈곳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자살의 길로 인도하는 자살의 설계자, 자살의 황태자 브래디와 이를 막으려는 호지스 탐정단의 대결이 긴박하게 펼쳐
지는데, 1편에서는 뚱땡이 호지스의 고도비만 때문에 헐떡이느라 맥을 못추는 호지스를 그리더니, 이번
편에서는 중병 때문에 빼빼말려버려 비실비실 힘을 못쓰는 말년의 호지스를 그리고 있으니...이거원...
눈물이 앞을 가려 글자를 읽을 수가 없자나...ㅜ_ㅜ(그저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세요..킹옹님....)
어쨌던 이번편을 마지막으로 호지스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만, 이렇게 끝내버리기엔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아쉽게 느껴진다...강박장애 과격 여성 홀리도 아직 건재하고 호지스의 바통을 이어받는 노년
탐정도 있으니...또다른 탐정 이야기를 보고싶은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