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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비하인드 도어 (2017년 초판 3쇄)
저자 - B. A. 패리스
역자 - 이수영
출판사 - 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23p
완벽함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근래에 고구마 삼킨듯 가슴 퍽퍽하게 만드는 이해안가는 답답스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스릴러 작품들을
보며 그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사 빠진듯이 어이없이 벌이는 행동들을 보며 황당함을 느꼈었는데, 오랜만에
처음으로 주인공의 절박한 상황이 거의 100% 공감되는 숨막히도록 폐쇄적인 치밀한 구성의 작품을 만났다.
부부관계가 어느정도는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고 잦은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불화
속에서도 대외적으로는 행복한 부부를 연기하는 가정도 있기에 밖에선 완벽한 젠틀맨 이나 집에선 와이프를
학대하는 진성 사이코패스라는 문구의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수위를 보여줄지 내심 궁금했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어느새 내 의식은 심오의 세계를 거쳐 초집중의 사이코 파워를 헤엄치다 주화
입마 단계를 거치고 영겁의 심연에 빠져 우주의 신비를 경허하던 찰나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몇시간
뒤로 워프된 상태로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_-;;;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단 얘기다.
종종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아내 그레이스를 보며 내가 폐쇄 공포증에 빠질것 같을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작품속 심리 묘사는 끝내줬고 초집중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인 잭은 다운 증후군의 동생 밀리를 돌보는 그레이스에게 접근해 달콤한 말과
선물공세 그리고 끝까지 동생을 함께 돌보겠다는 다짐을 통해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식으 마치고 첫날 밤부터 호텔방에 그레이스를 혼자 두고 모습을 감춘 잭은 아무 연락없이 다음
날 나타나 강압적으로 그레이스를 끌고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혼인신고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급작스럽게 태도가 돌변한 잭을 보며 갈피를 못잡던 그레이스는 태국의 허름한 호텔에서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잭의 진정한 모습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겉으로는 최고의 아내를 연기하고, 집안에서는
잭의 규율에 맞춰 살며 학대를 감내하며 살게 된다. 그리고 잭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듣고 쇼크에
빠지는데.......
타인의 고통(와이프)을 보며 진정한 쾌락을 느끼는 남편의 모습은 사이코패스라기 보단 진성 사디스트에
가깝게 보이는것 같았는데, 여기서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통한 쾌락이었다면 하수 사디스트 였겠지만
작품속 남편은 통제와 비통제를 교묘히 오가며 극한의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유발해 내는 초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내를 피말리게 하기위해 벌이는 일련의 계략들이 놀랍기 그지 없다.
창의적 음모와 음모를 실행하기 위한 초인적인 인내와 끈기, 그리고 유발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통제
하는 용의주도함 등등....이 재능을 다른데 썼다면 대통령도 됐을 법한 지성미 넘치는 심리의 마법사
사디스트 잭은 그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고 유니크 했다.(스릴러 악당으로서 말이다...)
잭의 순수한 타인의 고통에 대한 탐욕을 보면서 어릴적 아무 생각없이 잔인하게 행했던 행동들.....
잠자리의 똥구멍에 강아지풀을 끼우고 날린다던가, 파리 날개를 떼고 문구용 화이트 늪에 담궈 서서히
굳는 모습을 지켜 본다던가 하는 식의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호기심에서 기인한 무지의 원초적
잔인함을 성인이 되서까지 그대로 가져 간다면 이렇게 해맑은 사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작품속 잭의 모습은 아내의 고통에찬 비명과 좌절을 보기 위해 재미난 게임을 즐기는
듯한 순수한 악당 그 자체로 그려진다. 더군다나 부부 개인간의 문제는 민감한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문제이기에 남들은 대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뭔가를 봤다고 해도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어 완벽을 연기하는 부부의 문제를 알아 채기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잭의 눈을
피해 그레이스가 주변에 실상을 알리려 해도 잭의 완벽한 블로킹에 번번이 좌절의 쓴맛을 보고 그런
실패들로 인해 좌절이 거듭 되면서 참혹한 현실에 적응하고 무기력해지는 그레이스의 모습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비춰졌다. 너무나 완벽한 인간은 인간미가 없다...그런 인간을 볼땐 어떻게든 흠결을 찾으려고 하는게
평범한 사람들의 기본 심리이듯...정말로 완벽하게 행복한 부부는 기혼자인 나로선 없다고 본다...-_-;;;
혹여나 그런 부부를 본다면....아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또다른 잭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