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인간
요미사카 유지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기인간 (2017년 초판)
저자 - 요미사카 유지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5p

 


괴작을 뛰어넘는 수작

 


'전격닝겐'?...기획, 번역, 제작까지 모든것을 혼자 해내는 1인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오랜만에
신작이 출간되었다. SF단편집 [18시의 음악욕], 감성 공포 단편집 [동그라미]에 이은 세번째 출간
작인데, 이번 작품은 무려 SF, 공포, 호러, 미스터리가 한데 짬뽕된 하이브리드 장르의 독특한...
제목마저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출간되었다. 우선 책을 받고 처음 든 느낌은 고급스럽고
튼튼한 장정이나, 겉표지 디자인, 겉표지 안의 양장 표지, 챕터마다 들어있는 삽화 등등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져 보였다.  

 

우선적으로 말하고 싶은것은 절대로 역자 후기를 먼저 읽지 말것.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 맨아래
3줄은 절대 읽지 말것...-_-;;;(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하느라 펼쳐도 본문 마지막 3줄은
눈길조차 주지 말것...)

 


말하면 나타난다.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
도체를 타고 이동한다.
오래전 군대에 의해 만들어졌다.
전기로 아무 흔적 없이 사람을 죽인다.

 


일본의 작은 도시 토오루 시에 한 초등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괴담이 있는데, 이 괴담은 인면견이나,
빨간마스크와는 약간 다른 성질의 괴담이다. 보통의 괴담이 전 지역에 걸쳐 유행하다 사그러드는 반면,
전기인간 괴담은 한 지역에 오래도록 회자되며 이어져 오는 지역적 괴담인 것이다. 토오루시 출신인
대학생 아카토리는 민속학 강의에 졸업논문의 주제로 전기인간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괴담의 진원지인 초등학교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학교 뒷편 숲속에 전시에 지어졌다는 지하 방공호를
조사한뒤 그날밤 인근 모텔에서 샤워도중 사망한다. 경찰이 조사한 바로는 그녀의 사인은 급성 심부전
에 의한 심정지....별다른 의혹없이 병사로 사건은 종결되지만, 그녀의 섹스파트너였던 고등학생 히즈미
는 아카토리의 사망에 강한 의혹을 품고 전기인간을 조사했던 토오루 시로 향하는데.......

 


전기인간 이라는 도시괴담을 통한 실체가 불분명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공포, 밀실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피해자들, 범인은 초월적 존재인 전기인간인가? 아니면 전기인간 괴담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살인범의 짓인가? 이 상반되는 범인의 정체를 무수한 맥거핀을 흩뿌리며 마지막까지
진실에 대해 갈팡질팡 하게 만든다. 3건의 사망자가 발생되기까지는 [주온]이 생각날 정도로 연관된 사람
들에게 저주가 옮아가며 끝없이 돌아가는 죽음의 쳇바퀴가 이어지는 공포호러물로 보였는데, 후반부 부터
는 이 책의 작가 요미사카 유지('아야츠지 유키토'의 추천을 받았다고 작품에서 직접 자랑한)가 직접
이야기에 등장하여 범인의 정체에 대해 폭풍 추리를 하면서 부터는 추리 미스터리물의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그렇게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며 독자에게 의혹을 최고조로 증폭시키다가 이어지는 느닷없는 충격적
결말!!!!!!! -_-;;;;;; 마지막 세줄을 읽고 한동안 '이게 뭐지?' 라는 의문과 함께 아득해 지는 의식의
끈을 부여잡고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부질없는 헛수고....괴작...그렇다...이게
바로 진짜 괴작인것이지...[살육에 이르는 병]의 서술 트릭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작가에게 놀아난
듯한...유린당한 느낌..-_-;;;

 

정신 차리고 역자 후기를 보고 다시 찬찬이 들여다보니 아무생각없이 넘겼던 단서들이 작가가 치밀하게
짜놓은 덫이었다는걸 알게되고 이해가 되면서 작가에게 놀아났다는 불쾌함 보다는 참신하고 신선한 발상
을 작품으로 엮어 냈다는 유희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발상을 생각해 냈다는것도 기발하고
이런 발상이 망상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책으로 나왔다는 자체도 놀랍다. 물론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문제적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론 괴작이자 수작으로 느껴질 정도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무거운
공포적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생각났는데,
얼마전 개봉했던 '나이트 샤말란'감독의 [23 아이덴티티]가 떠올랐다. 다중인격자가 일반 소녀들을 납치
하는 공포 스릴러 장르로 시작하지만 결말은 '나이트 샤말란'감독이 계획한 다크히어로 유니버스의 빌런
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작품도 마찬가지다...괴담을 통한 공포 추리 스릴러로 시작하지먄
결말은...XXXXXXXXX!!!!!!! 이 작품이 작가가 구상한 유니버스의 비기너 격 작품이 되기를 바라면서
전기인간 후속작이 꼭 출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장마는 시작됐고... 습도 100%에 육박하는 고온 다습으로 불쾌지수가 치솟고, 몸뚱아리에 끈적함 때문에
방바닥에 쩍 붙었다 떨어지는 쩍쩍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이때! 작가가 독자에게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반전을 선사하는 SF 공포 미스터리물 [전기인간]이 여름에 안성맞춤 작품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강려크
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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