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야행 (2017년 초판)

저자 - 모리미 도미히코

역자 - 김해용

출판사 - 예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5p





카미카쿠시





얼마전 읽었던 2CH 괴담집 [읽어서는 안되는 이야기]에는 '카미카쿠시'라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카미카쿠시'는 시공간의 왜곡된 틈으로 빠져들어 차원이동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차원이동을 통한 행방불명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이 '카미카쿠시'가 떠오르는 독특한 괴담집이 출간되었다...이 작품 [야행]은 현실과 환상의

혼재하는 다섯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끊임없이 현실을 비틀고 환상의 세계를 교차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이성의 경계를 허무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려낸다. 원래 괴담을 좋아했고

여러 괴담을 즐겨 읽는 편인데, 귀신이 튀어나와 잔혹하게 살해하는 잔혹 괴담도 공포스럽지만, 

이 작품처럼 잔혹한 장면 없이 짙게 낀 안개속에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움과 끈적하고 

습도 높은 눅진한 불쾌한 느낌의 괴담이 은근한 공포를 주는 법이다. 분위기로 압도하는 공포랄까...

점차 서서히 몰아치다 뜬금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은 이내 생경한 느낌을 주지만.....책을 덮고 

불을 끄고 자려고 누우면 머리속에 끊임없이 반복되어 재생되는 불쾌한 이미지들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ㅠ_ㅠ






영어회화 팀원으로 모인 6명의 동료들은 구라마 지역의 진화제 라는 밤의 축제에 참여하였다가

축제장 한복판에서 팀원중 한명인 하세가와라는 여성이 실종된다. 경찰까지 출동해 수색하지만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그렇게 다섯명은 각자의 삶을 살다가 10년만에 팀원이었던

오하시의 연락을 받고 다시 구라마로 모인다. 진화제에 참여하기전 숙소에 모인 다섯명은 각자

자신이 겪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1. 첫번째 밤. 오노미치

나카이는 어느날 부터 전과는 다른 느낌의 아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 낯선 느낌을 아내에게

이야기 하면 아내는 화를 내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집에서 사라져 버리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계속되는 전화 시도에 마침내 아내와 통화가 되고, 아내는 오노미치에

잡화점을 운영하는 지인집에 머물고 있다고 답하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기다리다 못한 나카이는 아내를 찾으러 오노미치로 가고, 아내가 말한 잡화점을 찾았으나

그 집은 잡화점이라 하기엔 너무 낡고 방치되어 폐가와 다름없다. 폐허의 집을 들어가니 2층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 첫번째 이야기부터 멍해졌다...무언가에 홀린 여성은 상상 이상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2. 두번째 밤. 오쿠히다

출판회사에 취직한 다케다는 동료 선배 마스다와 그의 여친 미야, 미야의 동생 루리와 함께 오쿠

히다로 렌트카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운전중 길가에 고장난 자동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여성을 함께 태운다. 이 여성은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차에 탄 4명의 사람중

두명의 얼굴에서 사상(죽을 상)이 보인다고 경고하고 목적지에서 내린다. 4명의 사람들은 무시

하려고 하지만 불쾌한 느낌을 감추기 힘들고, 이내 마스다와 미야는 언쟁을 벌이며 다투고, 급기야

미야와 루리가 차를 타고 다케다와 마스다는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기로 하는데........

- 누가 사상에 씌인 자들인가?....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마지막의 벙찐 결말....



3. 세번째 밤. 쓰가루

여성인 후지무라는 열차 마니아인 남편과 남편의 후배인 고지마군과 함께 야행열차 여행길에 오른다.

눈덮인 설국을 보기위해 열차를 탄 일행은 밤기차를 달려 동이 틀 무렵 긴 터널을 지나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국을 보며 환희에 찬다. 지나가는 경치를 보던중 언덕위의 집이 불타는 광경이 스치듯

지나가고, 고지마는 불타는 집 옆에 여성이 이리오라는 듯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불쾌해진 후지무라와 남편은 헛것을 본거라고 만류하지만, 의문의 여성을 목격한 직후부터 고지마의

행동은 이상해 지는데.....

- 이 세번째 이야기부터 이야기를 이어가는 당사자들이 정상이 아닌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4. 네번째 밤. 덴류코

다나베는 우연히 친해진 동판화가 기시다 미치오와 친해지고 나서 그의 작업실에 자주 들러 이야기를

나눈다. 다나베 처럼 밤에 그의 집에 찾아가 차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기시다

살롱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작업실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새벽이되기전 사람들은 모두

발길을 돌리고 기시다는 칠흑같은 암실에 들어가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한다. 암흑속 홀로 구상을 통해

나온 작품이 [야행] 연작 시리즈로 밤의 정경을 동판화로 그린 48점의 작품들이다. [야행]시리즈를

시작한지 2년만에 기시다 미치오는 요절해버리고, 다나베는 기시다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 그의 집에

찾아가는데.......

-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소재 [야행]시리즈의 정체에 대해 조금 다가간 이야기...



5. 마지막 밤. 구라마

네명의 네가지 이야기가 끝나고 오하시와 일행은 10년만에 진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 이 이야기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최고의 클라이막스가 펼쳐진다. 비밀에 

휩싸였던 [야행]의 진실이 비로소 밝혀지는데.....





[야행]의 의미가 야행열차의 [야행]일수도,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른다는 출판사의 설명이 딱 

맞는것 같다. 다섯편의 이야기 모두 밤의 열차가 나오고, 그 모든 밤에 귀신이 돌아다니니 말이다...

어찌보면 '하쿠모노가타리'가 생각난다. 99가지 괴담이 이어지고 마지막 100번째 괴담이 이어질때 

이야기속 귀신들이 생명력을 얻는다는 이야기....작품속 다섯가지 이야기는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들이 귀신에 홀려 이미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숙소의 술자리가 이미 이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읽을 수록 

공포감이 배가가 되는것이다....



다섯가지 이야기중 열차와 함께 빠지지 않고 나오는것이 있는데, 바로 기시다 미치오의 [야행] 연작

시리즈의 동판화이다. 어둠속 집 혹은 정경을 판화로 그린것인데 그 속에는 항상 민짜 얼굴의 여성이

손을 들고 서있는다. 다섯가지 이야기의 화자는 어김없이 이 동판화 시리즈를 보고, 민짜 얼굴의 

여성을 본뒤 그녀에게 홀려버린다. 귀신에 씌인 그림...마경인것이다. [요괴소년 호야]에서 초반 에피

소드였던 그림에 영혼을 쏟고 요괴가 되어 그림에 살고 있는 화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동판화로

인하여 멀쩡하던 사람이 미치고 이세계로 빠져 들게 되는 차원의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머 주저리 주저리 이얘기 저얘기 써놨다만...앞서도 말했듯이 이렇다 하게 강렬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은근하게 옥죄어 오는 공포감을 느끼게하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끈적하게 더운 

여름밤엔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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