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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2017년 초판)
저자 - 오카자키 다쿠마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54p
불교 미스터리
몇년전 불교와 SF를 접목한 [불교SF단편선]을 읽었던적이 있는데, 어머님이 불교에 심취
하셨음에도 자식인 나로선 아는것이 없고 낯선 종교인 불교와 하이 테크닉 SF의 접목이
꽤 신선하게 다가 왔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불교와 추리를 접목한 독특한
추리작품이 라이트노벨 전문 출판사인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어 궁금증이 일었고 서평
신청을 하여 운좋게 책이 내게로 왔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을 쓴 작가의 신작
이라고 하는데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전작이나 이번 신작의 제목만 봐도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속 소소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일거라고 쉽사리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백오십여 페이지 분량의 단편집이라 분량에 대한 부담없이
손쉽게 잡고 읽을 수 있고,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 주제 또한 인간에 대한 선의와
믿음, 가족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어 읽고 나면 가슴 따뜻해지는 인간적인
미스터리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코지미스터리라고 해도 살인사건이 단 한번이라도
발생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살벌한 사건은 단 한건도 없이 장례식장 조의금
분실사건, 중딩 소녀가 아침에 거리를 청소하는 이유,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의 하얀
거짓말, 꿈속에 나타난 여성의 삶을 추적하는 등등....뭉클한 힐링 되는 사건들로 가득
차있어 어른들도 좋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을 만한 단편집이라 생각됐다.
대를 이어 승려 생활을 하는 고즈넉한 절 도연사에 동이터오르는 아침, 매일 그렇듯
청소를 하기위해 본당 으로 향하는 15살의 잇카이는 본당 툇마루에서 담요에 덮인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담요 속에는 쌍둥이 신생아가 누워 있었고,
아기들을 잘 부탁한다는 쪽지가 함께 있는것을 발견한것. 잇카이의 아버지이자 주지
스님 신카이는 1년전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쌍둥이의 양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얼떨결에
잇카이는 쌍둥이의 형이자 오빠가 된다. 그렇게 14년이 흐르고, 서른살의 잇카이는
주지스님의 뒤를 잇기 위해 수행승으로...쌍둥이 중 란은 과자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소녀로, 렌은 반항기 가득한 중2병 걸린 아이로 성장하고 그들에게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1. 절 옆에는 귀신이 살까?
장례식에 공양을 드리기 위해 신카이, 잇카이, 렌은 부유한 지주였던 신노스케 집에
방문한다. 죽기 직전 훨씬 어린 여성과 새장가를 들었던 신노스케는 요절한 뒤 재산
문제로 새엄마와 신노스케의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신노스케의 집에서 가정부
로 일하던 야요이가 조의금을 받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새엄마는 자식들의 조의금
이 분실된 것을 발견하고 바로 야요이를 의심하고...잇카이와 렌은 조의금 범인을
추리하는데....
- 제목의 의미는 선인이 있으면 악인도 있다는 말이라는데, 악의를 믿는 렌이 항상
하는 말이다. 인간 사이의 믿음과 배려에 대한 이야기
2. 할머니의 매화가지 떡
매화가지 떡 상점에 공양을 드리기 위해 잇카이와 과자를 좋아하는 렌이 함께 하고
공양 후 할머니는 음복으로 제사상에 올렸던 매화가지 떡을 손녀에게 권하지만 손녀는
거부하다 끝내는 떡을 들어 할머니에게 던져버리고 집을 뛰쳐나간다. 잇카이와 렌은
손녀의 급작스런 행동의 이유를 추리하는데....
- 급우들과의 갈등...그리고 모든걸 감싸주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3. 아이를 생각하다
거듭된 임신 실패가 계류유산된 아기가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여성은 유산된
아기를 공양하기 위해 도연사의 잇카이를 찾는다. 공양을 치르고 한달 뒤.....
여성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불쑥 찾아와 잇카이를 찾는데.....
- 아이를 키운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고 공감갈만한 에피...
4. 저 세상의 꿈, 이 세상의 생명
잇카이와 란, 렌이 같은날 비슷한 꿈을 꾼다. 바로 그날 차량 사고로 사망한 여성의
공양을 드려달라는 요청으로 장례식장을 찾은 신카이와 잇카이는 여성의 기구한 사연
을 듣게되고 그녀가 14년전 출산 했다는 말을 듣고 감을 잡는데....
-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에피 마지막 에피 답게 가장 스펙터클한 에피 였다는....
쌍둥이지만 선의 를 믿는 란과 악의를 믿는 렌의 극단적 추리 덕분에 중간에선 잇카이는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다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줏대 없어 보이지만
마음만은 착한 순박한 잇카이 때문에 이야기에 중심이 서고 인간에 대한 여러 시선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보고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된다. 절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불교식 장례나 추도 등등 불교 행사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에피들, 절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편견이나 애환에 대해 알 수 있었던....불교 미스터리이기에 가능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던 석가의 마음이 가득 담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