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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제3의 남자 (2017년 초판)
저자 - 박성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47p
비극적 시대를 살아간 아버지의 이야기
분단, 간첩, 시대극, 비극적 사랑, 가족애....어찌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 키워드가 모두
들어있는 신예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분단이라는 비극적 현실 속에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 세대의 뼈아픈 이야기가 시대를 거슬러 펼쳐지는데, 어릴적 코흘리며
봤었던 시대적 사건들이 어렴풋 기억나면서 그당시 통금 사이렌이라던지, 북한에서 비행기가
넘어왔다며 한밤중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던 기억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_-;;(이래 써놓
으니 엄청 나이든것 처럼 느껴지네....이런 젠장...) 어쨌던....실제 사건들과 픽션속 사건들
이 뒤섞여 한 남파간첩의 인생을 송두리째 휘저어 놓는다....(그와 함께 정말 녹색 검색창에
사건속 인물 이었던 '윤숙희'가 실존 인물이었나 검색까지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작가로서 조촐한 데뷔작을 내놓고 이후 내내 백수로 살아오던 최대국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고시원에서 시체처럼 살아가던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총격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실제로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본 대국은 평범한 아버지의 총격사건에
의문을 품는다. 병원에서 대국에게 다가온 낯선 남성은 아버지의 수첩을 찾아주면 3억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미심쩍어 하는 대국에게 활동비로 천만원을 건네준다. 대국은 바로 고서점
늙다리 절름발이 아버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데....
현재의 아들 대국이 아버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이야기와 아버지 최희도가 한창의 나이에
남파간첩으로 활동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교차되어 진행된다. 그러면서 무뚝뚝하고 가정에
소홀해 아버지를 저주하던 아들이 차츰 아버지에 대한 숨겨진 사연과 내막을 알게 되고,
간첩의 신분으로 칼날같은 인생을 살던 최희도가 어떻게 정인을 만나고 암울한 시대와 신분의
격차로 인해 비극적 사랑을 하게 되는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필체로 가슴에 대고 이야기 한다.
긴장을 극으로 끌어올려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스파이 스릴러는 아니지만 작품의 주제인 사랑과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기엔 꽤 괜찮은 소재로 작용한것 같다.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한꺼풀씩 벗겨지는 양파처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집중하며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작품은 반공작품이 아니다. 잔인무도한 남파간첩을 잡기 위해 국정원 요원들이
활약하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 정치적 용도로 이용되는 정부기관을 조롱하는 풍자적 요소도
상당부분 쓰여있고 심지어 코믹하게 그려놓기도 한다. (그런데 공감되는 현실이 웃프기도
하다는...) 남북의 대립보다는 분단이라는 현실속에 내동댕이 쳐진 인간에 대한 아픔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라 슬프게 느껴졌다.
최대국의 데뷔작이 실제 작가의 데뷔작 [처절한 무죄]인것이나 대국의 일들을 책으로 펴낸
작품이 [제3의 남자]였던 것 등등 메타픽션적 요소를 녹였는데 이런 요소들이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수기처럼 사실성을 부여해주어 더 리얼함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참 맛깔나게 잘
써내는...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