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미드나잇 저널 (2017년 초판)
저자 - 혼조 마사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51p
진짜 저널의 혼이 실린 열혈 기자들의 이야기
기자들...낯선 영역이다. 그것도 이제는 인터넷 기사에 자리를 내준 퇴물 분위기가
만연한 신문 기자들의 이야기는 더욱더 알지 못하는 분야이다. 그런 신문 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특종에 얽힌 미스터리 작품이 나왔다. 신문 기자는 아니지만
얼마전 방영했던 방송 기자에 대한 드라마 였던 [피노키오]는 즐겨 봤던 기억이 난다.
보도에 대한 객관성과 진실성에 초점을 맞추고 취재 해야 한다는 중심주제가 얼핏
떠오르는데..(물론 박신혜와 이종석의 러브라인이 주축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마치
야생에서 야수들의 피비린내 나는 생존싸움이 그려질 정도로 치열하고 특종에 모든것을
바친 열혈 기자들의 열정이 현장감 있게 그려진다. 잘 모르던 분야인 만큼 더욱 신선
하게 와닿았고 무엇보다 실제 작가의 20년 동안의 신문사 경력이 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어 긴박한 신문사 마감 시간을 엿본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중견급 신문사인 주오신문사의 중견 기자 고타로는 7년전 부하 기자로 부터 여아 유괴
살인사건의 3번째 유괴된 여아가 감금되 있는곳을 경찰로 부터 캐네고 석간의 1면에
특종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나 데스크의 단어선택 미스로 오보를 내게되고,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사이타마 지방 지국으로 좌천된다. 당시 취재를 통해 여아
유괴사건의 범인이 2명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냈지만 붙잡힌 용의자에 의해 공범의 정황은
일축 되고만다. 이후 7년의 시간이 지나고...사이타마에서 7년전과 유사한 형태의 여아
유괴사건이 발생하고.....기자의 촉으로 고타로는 7년전 사건의 공범을 떠올리는데...
이제 남은건 구두가 닳도록 취재와 탐문뿐......
특종을 캐네기 위해 벌때처럼 모여드는 얄미운 기자들로만 그려지는 여러 작품들만
봐왔던 터라 이번 작품은 신선 그 자체였다. 어렴풋이 상상만 했던 기자들의 생활을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그들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건만
터지면 녹음기를 들이대는 특종 하이애나가 아닌... 자신의 기사가 가져올 사회적
반향에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팩트를 검증하고 또 검증하여 객관적인 시선으로
(때로는 범인을 함께 잡고 독자들에게 범죄의 해악에 대해 설명하는)공익에 기여하는
진정한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 였다. 조금의 정보라도 얻어내기 위해 수면을 줄이면서
새벽에 형사의 집에 찾아가 안면을 트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기자들 나름대로
용의자를 예측하고 함께 수사하는 모습. 사소한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그냥 기사로 내지
않고 무조건 경찰에 사실관계를 확인 후 기사로 내보내 오보를 사전에 방지하는 모습,
기자들이 어떻게 정보원과 관계를 트게 되는지 등등 기자들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인 고타로를 통해 매력적으로 그려지니 재미는 저절로 늘고
남은 페이지는 어느새 줄어들게 된다.
보통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혹은 범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기자들의 이야기 답게 오로지 취재를 하는 기자들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유괴사건을
중단 시키기 위해, 7년전의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이직 해온 신문사에서 제 자리를
잡기 위해 각자가 각자의 이유로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라는 직업에
동경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런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결실을 맺을땐......
정말로 머리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전율이 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507페이지....
아흑...507페이지를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전율이 이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_-
보통 책을 읽으며 재미있다..재미없다...정도의 감정만 느끼는데...실제로 독서를 하며
짜릿한 느낌을 느낀게 작년 [삼체 2부]를 읽으며 감전 된 뒤로 꽤 오랜만의 감정인것 같다.
어쨌던...장르는 다르지만 이 작품 정수리에 피가 솟구쳐 감전된 느낌이 들정도로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한가지 사건에 관해서 온갖 사람들이 취재한 것을, 독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비평하는것,
그것이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신념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 우리도 쓰여 있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항상 의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
112p
넘쳐나는 찌라시 기사들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어용기자들이 내보내는 정치적 목적의 기사들...
암담한 작금의 현실에서 아직은 순XX 태블릿 보도로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을 주는 진짜 고타로
같은 저널리스트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썩은 기자들이 이 작품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도 들고...책상에 앉아 기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복사/붙이기만 하는 디지털 기사들
속에서 땀내나게 발로 뛰는 신문 기자들의 아날로그적 감성도 좋았던...그런 작품이었다.
덧 - 7년전의 사건(프롤로그)을 회상하듯이 회색의 종이에 인쇄하는 쎈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