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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평점 :
HHhH (2016년 초판)
저자 - 로랑 비네
역자 - 이주영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32p
Himmlers Hirn HeiBt Heydrich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학살사건....홀로코스트를 주도한 독일 방첩부, SS친위대의
수장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실제 표적 암살 사건을 그린 황금가지의 신작이다.
서평으로 받은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건인걸 알면서도
읽는 내내 가슴 졸이고 크라이막스를 지나 마지막장을 덮으며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맺히는..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나이를 먹고 감정이 서서히
메마르면서 눈가가 젖어들게 만드는 작품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든데
실로 오랜만에 가슴 찡하게 만드는 작품을 읽은 것 같다...ㅠ_ㅠ
'일본 서점대상 1위
공쿠르 상 수상'
띠지에 적혀 있길래 공쿠르 상이 일본서점대상의 상이름인줄 알았더니만.....
일본 서점대상 1위를 받았고, 프랑스의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 상(상금이 달랑
10유로인..;;)도 수상한 작품이더라는...-_-;;; 어쨌던 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있는
밀덕들에겐 꼭 읽어야 할 필수 작품인듯 싶다. 아울러 식민 지배를 받았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들은(우리나라를 포함한...)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치의 공포 정치 속에서도 평범한 시민들...평범한 이웃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혈혈단신으로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된 낙하산병들을 대가 없이 돕고,
숨겨주면서 총칼을 들지 않은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인다. 그리고 그 대가로 무고한
이웃들이 무참히 학살당하는 장면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비밀경찰....밀고자...선량한 이웃들....그리고 벌어지는 광기에 휩싸인 학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사실 일제시대 한국으로 바꿔 보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그런 탓에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조금 더 감정이입 할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우리가 아무리 경의를 표해도 죽은 사람들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기억은 당사자인 죽은
사람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기억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스스로 위로 받을 수 있다."
살아있는 악마 하이드리히를 처단하기 위해 작전을 벌이는 두 영웅의 이야기이지만,
그들과 함께한 수많은 숨겨진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히틀러가 총애하는 괴링과 히믈러 그중 SS사령관 히믈러의 두뇌라 불리던 SS부대의
2인자 하이드리히는 그의 부하 아이히만과 함께 유대인 인종청소에 앞장서 학살한
공을 인정받고 나치의 방첩부와 SS특수대의 수장으로 갖가지 정치 공작과 비밀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프라하의 사형집행자, 도살자, 금발의 짐승,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사나이,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이 만들어 낸 최악의 피조물, 여인의 자궁에서
나온 최고로 잔인한 사나이로 불리며 악명을 떨치는 하이드리히는 마침내 체코의
총독으로 임명되어 파견되고, 체코의 유대인 학살을 집행하며 공포정치를 벌인다.
한편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가브치크와 쿠비시는 외무장관 베네시의 명령을 받고
하이드리히를 표적 암살 목표로 한 유인원 작전을 위해 영국군의 도움을 받아
프라하로 낙하산을 타고 침투하는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인프라 소설'이라 칭한다. 실화와 가상의 내러티브, 작가의
생각이 결합된 소설을 보여준다. 처음 읽는 방식의 생소한 구성이었다. 작가 자신이
작품속에 등장해 어지럽고 암울했던 2차세계대전 전란의 상황을 생생하게 이야기 해준다.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었는지, 그 자료들을 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중간중간 튀어나와 징징덴다...-_-;;;; 또한 실제 대화나 기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작가적 허구에 의한 묘사를 극도로 꺼려하여 조금이라도 작가적
상상이 들어간 부분은 직접 상상에 의한 상황이라고 밝히는 편집증적인 사실주의에
집착을 보인다.
"역사적 사실을 쉽게 풀어내기 위해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은 증거를 위조하는 것과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이 주제에 대해 같이 토론해 본 내 배다른 형이 말한
비유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유죄 증거가 바닥에 널려 있는 범죄 현장에 가짜 증거를
들이미는것....'"
작가의 역사적 작품에 대한 생각은 이 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상 소설의 탈을
쓴 역사 다큐멘터리라 해도 무방한 작품인듯 하다. 이런 구성이 좋게는 사실적 상황으로
인한 몰입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지만,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든다는 단점도 부정할 수
없는것 같다. 세계사를 유독 싫어하는 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2차세계대전의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펼쳐지는 초반 히틀러의 독재를 향한 행보와 함께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설명하는 100여 페이지 정도는 작가가 알기쉽게 설명함에도 어려운 느낌이 들어 좀처럼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ㅠ_ㅠ 그나마 짧은 챕터의 초단문 형식의 구성 덕에
호흡을 이어 갈 수 있던것 같다.
메르세데스 오픈카를 타고 출근하는 하이드리히...그리고 코너에서 그를 기다리는 가브치크와 쿠비시....마침내 가브치크는 코너를 돌기 위해 속도를 줄인 메르세데스 앞을 가로 막고...
서류가방에서 기관총을 꺼내드는데....
아.....그리고......크....참......그리고.....
악!!!!!!
실제 사건임에도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정말...본격적으로 암살작전이 펼쳐지는 2부는 나를 빨아들일듯이 흡입시켰다.
어쨌던 꼼꼼한 그분을 너무나도 빼닮은 '하이드리히'는 그분처럼 무척이나 꼼꼼하게
검토하여 유대인 말살 계획인 최종 해결책을 입안하고 추진한다...어떻게 인간의 머리에서
이런 잔인한 발상이 나올 수 있는건지 인간의 잔혹함에 놀랐고....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각인된 공포정치로 인해 반항한번 못하고 죽어간 수만명의 사람들(노인과 여성, 아이를
포함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진정한 애국심과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지금의 나라꼴과 굉장히 닮은것 같은...하지만 촛불을 들고 일어서는...그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