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목숨을 팝니다. (2016년 초판)

저자 - 미시마 유키오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1p





 

바퀴벌레 처럼 아둥바둥 사느니...죽겠다!




늘 저녁을 먹는 술집에서 늘 읽던 석간을 보던중.....신문 사이로 바퀴벌레가 

지나간다. 놀란 하니오는 떨어트린 신문을 다시 줍고....어느새 글자 하나하나가

바퀴벌레로 바뀌는 환각을 경험하고.....그렇게 자살을 결심한다.




나르시즘의 근육마초 '미시마 유키오'의 48년만에 발견된 숨겨진 괴작 이란다.

'미시마 유키오'를 처음 접한건 [애증의 나무,원제:육체의 학교]였다. 농밀한

수위 높은 애정 장면들이 점철된 프랑스 영화의 원작이라 길래...뒤지고 뒤져

국내에 출간된 원작을 입수하여 읽어봤는데.. 이혼녀가 젊은 제비를 꼬셔 사귀는

내용의 평범한 애정 통속소설이었기에(잘린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다만..기대했던

수위 높은 농밀한 장면은 없었다..ㅠ_ㅠ)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던 작가였다.

이후...작가의 작품을 한개씩...두개씩 찾아 구입했고, 여러 작품중 [금각사]

[음악], [가면의 고백](가면의 고백은 아직 다 읽진 못했다.), [열대수]를 보면서 작가에

대한 인상 자체가 바뀌었다. 나르시즘에 빠진 근육 마초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려한

감성과 미학적 문체...과연 이 울룩불룩 근육에서 나온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작가의 숨겨진 괴작이라니....




이 작가...참으로 괴작스러운 독특한 인생을 살았다. 20살에 빼빼마른 허약한

신체로 말미암아 지원했던 자위대 입대를 좌절 당하고...그 이후부터 근육 키우기에

매진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나르시즘에 빠진 근육 마초남이 된 작가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작가인 동시에 정치가로서 열렬히 활동한다.....그리고.....

1970년 11월 25일....45살의 나이로 육상 자위대 시치가야 주둔지 앞에서 평화헌법 

철폐와 황국주의 부활을 외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복 자살해버린다...-_-;;;;

(한 짓만 놓고 볼 때 이 작가의 작품이 국내 번역되 출간 되는것도 대단한듯.....)

네번의 자살시도 끝에 내연녀와 동반 자살해버린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냉수 마찰과 라디오 체조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죽었다."라고 조롱했던

바로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리는 아이러니함..... 그런 작가가 할복하기

2년전에 집필한 이 작품....[목숨을 팝니다.] 뭔가...의미심장하다....




광고카피 회사에 다니던 하니오는 석간신문의 활자가 바퀴벌레 화 되는 환각을

경험하고 쳇바퀴 도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모든것을 내려 놓고자 자살을 결심한다.

출퇴근 때 이용하던 지하철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정신을 잃은 그는 가까스로

사람들에 발견되 생명을 구하고....자살에 실패한다....한번 자살 시도를 하니 

그 다음은 마음 편히 삶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된 하니오는 광고 카피회사의 회사원

답게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신문 광고란에 '목숨을 팝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집주소를 기재하고, 집 문앞에는 'Life For Sale'이라는 팻말을 걸어두고 손님을 

기다린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드디어 첫 손님이 찾아오는데......




기발한 발상...이어지는 에피소드들과 뜬금없는 전개....그야말로 '괴작'스럽다.

그 전까지의 작가의 작품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숨을

팔게되면서 ACS(아시아 컨피덴셜 서비스)라는 비밀 조직, 적대국의 스파이, 

흡혈하는 여성과의 동거 등등 갖가지 상상못할 상황들이 어지럽게 펼쳐지며

정신없이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즉흥적 상황이 펼쳐지는데도

작가가 표방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답게 오락성 하나는 보장하는 듯 하다.  

장평, 자간이 넓은 탓도 있지만 맘먹고 읽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할복하기 2년전의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에서 이미 죽음, 자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 죽으려고 마음먹고 모든 짐을 내려 놓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어느새 살기위해 발버둥치다 보니 일은 점점 꼬여만 가고 극심한 고독만 남은 하니오를

보면서 말년의 작가는 이미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것 같다.

오락 소설인 동시에 작가가 죽음을 앞두고 써낸 죽음에 대한 고백인 것이다. 

참으로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노벨문학상에 두번이나 후보로 거론된 작가의 

작품이 장르 소설을 주로 개제해주던 플레이보이지에 연재되다니...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의 추리,SF 장르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이웃님 제보에 의하면 노벨문학상

후보는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는다고 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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