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린의 살인광선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완역으로 다시금 세상에 나온 러샤 SF

 


[위험한 낙원]이라는 제목으로 1991년에 출간됐던 이 작품이 새롭게 번역, 출간된다는

소식을 얼핏 듣고 있었는데 드디어 출간 되었다. 작가는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레프 톨스토이'가 아니라 SF작품을 주로 써낸 '알렉세이 톨스토이'이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

지만지에서 출간된 러시아판 유토피아를 그린 [아엘리타]와 위에도 언급한 91년도에 출간된

[위험한 낙원] 단 두권 뿐이다. 머...작가의 손녀의 작품 [키시]도 09년에 출간된바 있다.

위 책들 전부 읽었었고, 이 작품 역시 13년도에 [위험한 낙원]판본으로 먼저 읽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위험한 낙원]판은 일어 중역으로 번역의 질이 가히 참혹한 수준으로 

읽다가 집어던진..내게는 매우 않좋은 기억의 작품이었다...ㅠ_ㅠ

 

 

다행스럽게도...이번에 출간된 [가린의 살인광선]은 진정 [위험한 낙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양질의 번역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무사히 완독 할 수 있었다.

두번째 읽는 작품이지만 마치 처음 읽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번역이 잘되어있는

작품을 읽는 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출판사 마마미소의 그동안 출간된 라인업을 보니 SF의 고전..'알렌산드르 벨라예프'의 

[물고기 인간]이 라인업에 떡!하니...있더라는...그 외에도 여러 러시아 작품들이

출간되어 러시아 작품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아무도 모르게 묻혀있던 주옥같은 러시아 SF를 앞으로도 소개해주는 엄마미소

짓게 만드는 출판사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죽음의 살인광선을 발명한 엔지니어 가린은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하여 세상을 휘어잡는

독재자로 거듭나고자 자신에게 필요한 인물들을 가차없이 이용해 먹는다. 그의 이상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막대한 자본이라 느낀 가린은 미국의 화공산업 부호

롤링에게 동업을 제의하고자 한다. 롤링에게는 매혹적인 사업파트너이자 연인 조야가 있었고,

조야는 가린의 살인광선 소식을 접하고 롤링에게 가린을 살해한뒤 살인광선을 취하자고

롤링을 설득시켜 암살자들을 가린에게 보낸다. 수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를 가린의 재기로 

극복하고 드디어 롤링과 조야와 가린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초반엔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범인을 찾는 형사와 가린의 숨바꼭질이 추리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이후 가린과 롤링이 전면에 나서면서 모험이 가미된 정치 경제

소설로 가고, 후반부엔 지구 맨틀을 굴착하면서 지구과학SF의 향기가 나다가 결말부엔 

유토피아/디스토피아의 요소까지....실로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장르 선물 세트 같은 

구성을 보인다. 이야기의 구성이 약간 엉성한 면이 간혹 보이기도 하지만, 가린의 끝없는 

욕망과 집념, 번영과 몰락이 560여페이지에 걸쳐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살인광선은 사실상 조악한 수준이다. 살인광선을 쏘기 위해 발광

물질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라이터로 불까지 붙여야 사용할 수 있는 번거롭기 짝이 없는

무기 이지만, 일단 발동만 되면 파괴력은 극강으로, 마을 전체를 초토화 시키고 이 광선으로

지층 밑 멘틀까지 뚫어 버린다. 빛을 집약시켜 산란 없이 집약하여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광선으로 만든다....이 작품의 살인광선이 바로 '레이저'의 시조라고 한다. 이 작품을 

읽고 영감을 받아 과학자 '찰스 타운스'는 레이저를 발명 했다고 하니....실제 과학에 일조한 SF인듯...


 

러시아 작가의 작품 답게 작품 내내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개혁적 혁명을 강조하는 언급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하고 있다. 또한 1920년대에 쓰여서 그런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유독 독가스 공격이 많이 묘사된다. 세계사에 관심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엔 무차별로 독가스 공격이 자행됐고, 이후 인도적 차원에서 독가스

사용 금지 조약이 체결 된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민간인에게 살포되는 독가스 

공격이 아무 거리낌 없이 빈번히 묘사된다.(21세기를 살고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어쨌던 간혹 단점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1920년도에 쓰인 작품인걸 감안한다면, 재미나게 

가린의 모험에 동참 한것 같은 느낌이다. 허무한듯 하면서 유쾌한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

어떨땐 광기에 휩싸인 냉철한 또라이 독재자 였다가, 어떨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 

까지 동료의 믿음을 얻으려는 뜨거운 야심가 무한 긍정인 가린의 성격이 참 매력적인것 같다.

 

  

 

 

* 자...구판과 신판의 번역 비교를 해보자...소설 첫 도입부를 비교해보자면..


[위험한 낙원]판본

파리의 사업계 모두가 점심 식사를 위해 마제스틱 호텔에 모이는 때였다. 그곳에서는 

프랑스 사람만 빼고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인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

상담은 요리가 나오는 짬짬이 이루어졌고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콜크 마개따는 소리,

여자들의 잡담 속에서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가린의 살인광선]판본

그해 봄 파리의 마제스티크 호텔은 아침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조찬 회동을 갖기 위해

모여든 사업가들로 북적거렸다. 이 호텔에 가면 프랑스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모범적인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오케스트라의 선율,

병마개 따는 소리, 재잘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분위기가 어수선한 레스토랑에서

상담이 이루어지고 거래가 성사되고 있었다.

 

 

음....뭔가...구판본은 축약판인가?...-_-;;;; 보라..확연히 차이나는 번역의 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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