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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노란 집 (2024년 초판)
저자 - 가와카미 미에코
역자 - 홍은주
출판사 - 책세상
정가 - 19800원
페이지 - 614p
그 시절 나의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라 여겼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나 인기가 없어 글을 썼고 그 글로 '아쿠타가와 상', '나카하라 주야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와타니베 준이치 상',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쓸어담고 당대 최고의 여성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먼저 눈길이 가고. 눈이 부실정도로 노랗게 칠해진 집과 제목의 묘한 궁합에 호기심이 인다.
참여중인 독토모임에 선정되었기도 하거니와 때마침 [채성모의 손에잡히는 독서]에서 서평단을 모집하여 냅다 신청했다. 마침내 받아든 책이 벽돌급이라 놀랐지만 현실적이고 속도감있는 문체에 전혀 어려움없이 완독하였다.
무기력한 엄마의 방치속에서 자라온 소녀 하나. 어느날 한달 가까이 집을 비운 엄마 대신 하나를 돌보기 위해 찾아온 이는 기미코였다. 냉장고를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언제나 당당하고 밝았던 기미코와의 한달은 하나에게 있어 생전처음 겪는 대사건. 결국 하나는 엄마의 품을 떠나 기미코와의 동거를 선택한다. 삐삐가 유행하던 1990년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곳에 자리를 잡고 술을 파는 스낵바에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는 하나. 물론 학교는 결석하였고 하나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이를 속이고 쓰디쓴 맥주를 삼키며 어른들의 술시중으로 번 돈은 차곡차곡 모은다. 하나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도 하나, 둘 생기고. 쌈짓돈은 어느덧 목돈이 되지만....
경계선 지능 그 어딘가로 보이는 기미코, 호스티스로 일하던 란, 부모님의 집을 나와 하나와 어울리게 된 모모코까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낯선이들과의 동거는 하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새로운 가족으로 다가온다. 마냥 즐겁고 마냥 밝은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으니. 복잡한 일은 처리할 수 없는 기미코와 철없어 보이는 란과 모모코를 두고 집안의 가장인 하나는 이 '조립식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대 결단을 내린다.
하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하나의 인생 그 자체를 가감없이 그려낸다. 하나의 선택. 하나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감정을 배제한 채 풀어낸다. 하나의 결정을 오직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고레에다 히로즈' 감독의 [좀도둑 가족](영화 : 어느 가족)이 떠오른다. 혈연이 아닌 타인과 끈끈한 가족의 되지만 냉혹한 사회는 이를 그대로 지켜보지 않는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엔. 조립식 가족을 지키기에 하나는 너무나 어렸다. 소녀가장의 눈물겨운 고군분투에 마음이 이입되고 수십년에 걸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결말에서는 잔잔한 파문이 마음을 울린다. 유수의 상을 휩쓴 작가의 작품이라기에 두서없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작품은 극강의 가독성을 가미한 미스터리 소설로 읽혀 좋았다.
꿈 많던 소녀, 하나의 노란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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