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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평점 :
녹색의 나의 집 (2023년 초판)
저자 - 오노 후유미
역자 - 남소현
출판사 - 북플라자
정가 - 15500원
페이지 - 255p
네가 사는 그 집
그 집은 유령의 집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호러의 여왕 [오노 후유미]의 작품이다. 앞서 [귀담백경], [잔예], [마성의 아이]등으로 그녀의 감각적 호러를 접한지라 기대감을 안고 이번 작품도 일독했다. [귀담백경]이나 [잔예]가 감정이 결여된 지극히 현실적 도시괴담 스타일이라면 이번 작품은 삭막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괴이로 공통점이 있긴 하나 도시의 껍데기를 살짝 벗겨내면 숨겨져있던 사회문제를 호러와 접목한 감성 호러의 성격을 띈다.
재혼한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왔다.
16살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한 곳은 온통 녹색 페인트로 도색한, 이름부터 노골적인 하이츠 그린 홈이다. 어릴적 이 근처에서 살았다고는 하지만 오래전이라서인지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부분 희망을 안고 이곳에 입주했지만, 처음부터 이상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 온통 빌라 바닥을 가득 채운 노란색 그림들. 분필로 그린 그림은 사람의 손발이 잘리고 내장이 터지는 끔찍한 그림들 뿐이다. 내 우편함 속에는 죽은 동물의 머리가 들어있는가 하면 시든 때도 없이 걸려오는 무언의 전화까지....
하이츠 그린 홈. 대체 이 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괴이가 중첩되면서 공포심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단순히 인과관계 없이 오로지 악을 전파하는 [주온]같은 작품은 아니다. 어둠과 빛, 악의 대척점인 선이 공존하며 미스터리했던 사건들에 이유를 찾아간다. 그 중심에 16세 고등학생 히로시가 있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소년의 공포가 이런 것일까.
일본의 도시괴담 키사라기 역처럼. 하이츠 그린 홈에서는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초현실적 사건들이 벌어진다. 다양한 입주민 중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오컬트 호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작품 전반에 주어지는 힌트를 통해 절대악을 찾아내는 과정이 미스터리적 재미를 선사한다. 호러 작품이긴 하나 잔혹수위가 높지 않고 종국에는 감정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어 공포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