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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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2023년 초판)

저자 - 오승호 (고 가쓰히로)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9800원

페이지 - 571p

압도적 몰입감, 재미의 핵폭탄이 터진다

'202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2023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 '2023 서점대상 4위', '제167회 나오키상 후보작' 2023년 상반기를 휩쓴 초 대작. 오승호 작가의 [폭탄]이다.

구매한 지는 꽤 되었건만 왠지 오승호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가다듬고 각잡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끼고 아끼다 이제서야 완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퍼즐요소 가득한 본격과는 달리 심오한 메시지를 담는 사회파 미스터리이기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작품 자체에 온전히 집중 할 수있어야 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칠듯한 무더위가 어느정도 지나고 탈탈거리는 낡은 선풍기로 왠만큼 버틸 수 있는 지금. 아끼고 아끼던 이 책을 펴들었다.

일단 별 생각 없이 펴든 책은 손가락에 접착제를 바른듯 손에서 떨어지지않아 새벽녘까지 붙들게 만들고, 정말 억지로 때고 자리에 누우면 머리속에서는 작품의 이미지가 미친듯 나타났다 사라지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든다. 결국 회사에서 연신 하품을 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연출한다. 그 정도로 작품이 갖는 힘은 제목인 폭탄과 맞먹을 정도로 폭발적이고 압도적이다.

주류 판매점 자판기를 걷어차며 행패를 부리다 경찰서에 붙잡혀 온 스즈키는 당직 형사 도도로키에게 기묘한 말을 던진다.

"10시 정각. 아키하바라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겁니다."

정말로 10시 정각에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스즈키는 도도로키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선언한다.

"지금부터 총 3회, 이 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폭발이 일어나는 장소, 시간.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500여 페이지에 걸친 스즈키와 형사들의 숨막히는 심리싸움이 시작된다.

확실히 작가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정점에 오른듯 하다. 데뷔작을 포함해 근작 [라이언 블루]를 빼곤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었지만 단연코 오승호를 말하면 이 [폭탄]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재미와 작품성 모두를 충족하는 최고의 작품을 배출해냈다. 스즈키와 형사들의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날선 공방. 미치광이와 인텔리 두뇌와의 수 싸움. 그리고 주변 인물까지 하나하나 넘치는 생동감으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 도쿄가 불바다에 휩싸이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폭발한다.

싸이코패스로 정의하기도 모자란 독특한 빌런 스즈키는 [다크나이트 2]의 조커를 일본식으로 완벽히 로컬라이징 한 캐릭터로 보인다. 죄인과 시민의 생명의 경중을 묻던 영화 속 시한폭탄 에피소드를 작품에 옮긴듯 유사한 에피소드가 그려지지만 영화와는 전혀 다른 전개로 간담을 서늘케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 허술함 속에 숨겨진 예리한 칼날. 그리고 배설하듯 싸지르는 스즈키의 개똥철학 속에서 폭탄의 힌트를 찾아야 하는 형사의 고뇌. 솔직히 일본식 허세가 가득 담겨있다. 하지만 읽고나면 '개똥같지만 뭔지 모르게 개멋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전작들에 이어 여전히 반사회적 성향의 사건과 인물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전히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도도로키, 기요미야, 루이케, 사라 심지어 75점의 남자 쓰루케에 평범한 여대생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는 그들을 보며 가슴속 뜨거운 열기가 치솟음을 느낀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작가의 저력이 내심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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