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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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남자 (2023년 초판)

저자 - 정해연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56p

죽음을 볼 수 있다면

'특수설정 스릴러'라는 출판사의 홍보에 홀리 듯 집어든 책이다. 특수설정 단편집을 준비중이기도 하거니와 쏟아져 나오는 일본 본격물의 대부분이 특수설정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제목 그대로 '못' 먹는 남자들의 치열한 고군분투를 그리는 이야기다. 왜 못먹냐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눈동자의 흰자위가 드러나면서 자신이 얼굴을 아는 상대의 죽음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뭔가를 씹어 삼킬 때마다 멀쩡한 사람이 처참한 시체가 되는 꼴을 보려니 밥맛이 나겠는가....

유년시절. 아버지가 다니는 화학공장에 몰래 잠입한 제영은 공장에서 만난 소년과 함께 실수로 화약가스를 방출하고 만다. 다량의 화학물질을 뒤집어 쓴 제영은 사고 이후부터 음식을 먹으면 타인의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사고로부터 수 년 뒤. 성인이 된 제영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생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을 섭취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그날도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섭취한 제영의 눈에 어김없이 쏟아지는 타인의 죽음. 시간과 장소를 파악한 제영은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현장을 찾는다.

마침내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제영이 보았던 그대로 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제영이 보았던 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의 시점을 알 수 있다면?'이라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특수설정은 전혀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타인의 등짝에 찍힌 숫자로 죽음의 시점을 예측했던 '임선경'작가의 [빽넘버]에서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도 죽음이란 운명을 피하기 위한 주인공의 분투가 처절하게 그려진다.

첫번째 법칙. 음식을 먹으면 타인의 죽음이 보인다.

두번째 법칙. 자신이 아는 사람의 죽음만 보인다.

그리고

3번째 법칙은.....

'죽음의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더불어 프롤로그에서 뿌려두었던 소년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지니. 국내 스릴러의 여왕 다운 면모로 이능력자들의 대결을 통한 서스펜스가 휘몰아친다.

본인도 죽음의 시점을 알게 되는 청년을 설정으로 쓴 중편이 있다. 설정이나 스토리라인이 상당히 비슷해 놀랐는데, 내 건 빛을 보지 못하고 하드디스크 속에 고이 잠들어 있구나. ㅠ_ㅠ 그래도 이 작품과 비교하면서 빌런이나 갈등요소 등의 빌드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본격요소는 없지만 긴장감 쫄깃한 스릴러로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죽으러 갑니다], [내가 죽였다]에 이어 '정해연'작가의 세번 째 장편인데 다음으로 모두가 극찬하는 [홍학의 자리]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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