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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악어의 눈물 (2023년 초판)
저자 - 시즈쿠이 슈스케
역자 - 김현화
출판사 - 빈페이지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00p
그녀의 눈물은 진실일까
유괴를 소재로하는 [립맨]으로 만났던 작가이다. 당시 빠른 호흡과 리얼한 묘사로 페이지터너 작가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신작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 작가의 넓은 스펙트럼에 놀랐다. 작품은 비극적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시댁에 들어가면서부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도메스틱 스릴러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부간의 갈등? 물로 국내 연속극의 단골 소재 중 하나인데 미친 글빨로 살려내는 기막힌 심리 묘사가 통속성을 날려버리는 작품이다.
도자기 노포를 운영중인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는 장성한 아들 고헤이를 보며 장차 가게를 물려주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꿈이 무색하게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벌어지니. 고헤이가 괴한의 칼에 찔려 사망한 것이다. 그렇게 잡힌 범인의 정체는 아내 소요코의 전남친이었다. 하루 아침에 남편이 죽고 소요코는 어린 아들과 함께 시부모의 집에 기거하면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시엄마 아키미는 며느리 소요코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동시에 소요코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보기 시작하는데....
시엄마 아키미가 소요코를 의심하게 되는 결정적인 장면이 제목 [악어의 눈물]이다. 남편이 죽고 시부모와 마주한 자리에서 소요코의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입으로는 울음 소리를 내고 있지만 눈을 닦던 손수건은 전혀 젖지않았던 것.
남편의 죽음에 거짓 눈물을 흘리는 며느리....
게다가 범인은 며느리의 전남친.
사건 직전 며느리와 범인이 만났던 정황.
그리고 너무나 태연하게 일상으로 돌아간 며느리의 모습.
한 번 고개를 쳐든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족을 위험으로 몰아 넣는다.
먹잇감을 쉽게 삼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악어를 빗댄 제목과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거울에 비친 냉정한 얼굴의 표지까지. 독자에게 대놓고 묻는다. 소요코. 그녀는 희대의 악녀인가? 아니면 기구한 운명에 놓인 여성인가? 거듭되는 사건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침내 드러나는 그녀의 정체는 잠시 멍해지는 충격을 선사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건과 인물은 너무나 다른 온도차를 보인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내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숨막히는 압박과 스릴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간결하고 세련된 묘사가 일품인 작품이었다.
엄마와 엄마. 아내와 아내. 여성과 여성. 남의 집에 들어와 가족으로 묶인 여성들의 삶과 갈등의 진실게임. 현란한 트릭보다는 스토리가 주는 힘을 가진 미스터리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