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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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2023년 초판)

저자 - 아리스가와 아리스

역자 - 김선영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88p

30년 작가의 생활의 집대성

'아야츠지 유키토'와 함께 신본격을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30년 넘는 작가생활을 집대성하는 14편의 단편이 담긴 작품집이 출간됐다. 장편보다는 단편을 더 선호하는 단편파이며, 평소 작가의 장편인 [자물쇠 잠긴 남자]보다 단편집 [작가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구미가 당겼다. 89년에 대뷔하여 쉼없이 달려온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작품집이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한 두페이지의 엽편 부터 분량 두둑한 중편까지. 판타지, 호러, 공포,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무경계 장르까지 이른바 장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라 정의하고 싶다.

물론 모든 단편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장편에 들어가기에 앞선 프롤로그 같은, 어떤 작품은 아이디어 하나로 무리수를 두는, 어떤 작품은 쓰다가 만 것같은 미완성의 작품도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작품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숨길 수 없는 재치가 흘러나온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수록작품 후기를 읽기 전까지는 작가의 하드디스크 속에 숨어있던 미수록작(B컷 원고) 원고들을 수록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더랬다. 써내리는 모든 글들이 지면에 실리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허나 후기를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B컷은 커녕 14편 전부 지면에 실렸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중에 끊어 버린듯한 느낌의 이유가 의뢰사에서 터무니 없이 짧은 분량(800자로 맞춰 달라는 원고도 있었다고 한다.)을 규정했거나 소재나 방향성을 정해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단편들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단편을 들자면, 철도 덕후 세계로 빠져버린 앨리스의 정신없는 모험을 그린 [선로 나라의 앨리스], 자살 카페에서 만난 미스터리한 여성과의 조우를 그리는 [극적인 폐막], 영화 [큐브]를 연상케 하며 끝없는 미로속을 해매는 [출구를 찾아서], '에도가와 란포'의 고코로 시리즈의 오마쥬에 메타픽션을 가미한 [미래인 F], 서점 직원이었던 경험을 살려 쓴 비브리오 일상 미스터리 [책과 수수께끼의 나날] 그리고 대망의 표제작이자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바치는 헌사이며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에 도전장을 던지는 클로즈드 서클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까지!!!!

한바탕 요란한 꿈을 꾼듯 하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팬에겐 선물같은 책이며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겐 한층 손쉽게 다가가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작품집이랄까. 비범하고 괴괴한 중단편집. 이 책의 수식어로서 이보다 어울리는 말이 있으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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