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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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2023년 초판)

저자 - 야즈키 미치코

역자 - 김영주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5500원

페이지 - 378p

엎질러진 컵에서 흘러나온 하얀 우유가 식탁 위를 흥건히 적신다

엎질러진 컵에서 흘러나온 하얀 우유가 식탁 위를 흥건히 적신다. 돌이킬 수 없고 주워담을 수 없는... 더렵혀진 식탁. 아동학대물을 소재로 한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에서 우려와 호기심을 느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동학대에 공분하고 감정이입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럼에도 피로 엮인 자식에게 고통을 주는 학대에 다다르게 되는 그 심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유'라는 이름을 가진 초등 3학년 아들을 둔 세 가정이 조명된다. 아들의 이름은 같지만 각 가정환경은 천차만별. 안정적인 직장을 둔 남편과 똑똑하고 착한 아들 유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는 엄마 아스미. 프리랜서 사진사 남편과 아들 유와 두 살 터울의 동생 다쿠미를 키우는 전직 작가 루미코. 미혼모로 빈곤한 경제속에서도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며 아들 유를 키워나가는 가나까지....

평범하다면 평범한 세 가정. 그리고 각자의 아들 유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각 가정은 생각지도 못한 갈등을 겪으며 고난과 혼란에 빠지고 결국 아이에게 손을 들게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비록 픽션이나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법한 이야기들로 작품을 읽으면서 몸서리치게 만든다. 그 상황에서 나라면 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품속 엄마들의 인내심이 나보다 더 견고했달까. 하나같이 가족의 문제를 외면하는 아빠들과 나는 과연 다를 수 있을까?

착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충격적 일탈. 말이 통하지 않고 끊임없이 어지르고 다투는 망나니 형제. 반친구의 돈에 손을 대는 아이까지.... 지옥이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지옥. 하지만 아동학대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다. 학대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랄까. 아빠와 엄마 각각 작품을 읽고 난 소회는 다를듯 하다.

이야기는 극단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추리적 기법을 차용한듯 싶다. 첫 장면에서 학대로 인한 유의 죽음을 묘사하고, 이어서 세 가정을 교차시키면서 어떤 가정의 유가 사망하게 되는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사실 반전은 페어하다고는 볼 수 없을듯 싶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추리파트는 전형성을 벗어나기 위한 작가의 묘책인듯.

믿었던 아이의 비밀이라는 점에서 [목요일의 아이][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아동학대를 하게 되는 엄마의 시선은 '아시자와 요'의 단편 [언니처럼]이 떠오른다. 사실 극단적 가정환경이나 이상심리에 이르게 되는 엄마의 관점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와 상당히 흡사했다. 이 작품들과 비교하며 보면 좋을 듯 싶다.

내 가정은 결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픽션은 픽션으로 끝나기를 바라고 바래본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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