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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ㅣ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평점 :
우중괴담 (2022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북도르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16p
비오는 날은 덮어 두기를
이제껏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전부 읽은 건 아니다만, 그래도 내 맘속의 베스트는 언제나 [작자미상]이었다. 작가(미쓰다 신조) 본인이 작품에 등장하여 괴이한 일들을 풀어내는 작가시리즈가 내 취향에 맞았고 호러와 추리의 배합이 적절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단편 괴담집 [붉은 눈]은 다소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에 (다행히도 [괴담의 테이프]는 선방했다.) 이번 괴담집에 기대와 우려의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역시 아무런 정보 없이 '미쓰다 신조'라는 이유 하나로 페이지를 펼쳤다.
시작 부터 작가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괴담의 테이프]도 작가 본인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라디오 사연처럼 일단 작가가 등장하여 썰을 풀고 시작하려는 괴담의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허구인지 아닌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으나 이 도입부가 리얼리티를 증폭시키는 부분으로서 독자를 괴담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후 본 괴담이 소개되고 이후 다시 작가가 등장하여 후토크를 풀어낸다. 괴담 부분에서는 호러 자체의 공포를 충분히 충족시킨뒤, 후토크 부분에서 독자가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추리석 요소를 설명하여 반전의 묘미까지 선사한다.
이른바 3박자가 척척 맞는 작품집이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괴담의 퀄리티가 훌륭했던지라 오랜만에 '미쓰다'식 오싹함을 맛볼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1. 은거의 집
이유도 없이 외딴 시골집에 맡겨진 소년은 집의 주인인 할머니와 일주일을 살아야 한다. 할머니는 소년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할 금기들을 일러주고. 별일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소년에게 뭔가 찾아오고 마는데....
2. 예고화
소년이 그림을 그리고 나면 얼마 뒤 그림속 상황과 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소년을 가르치는 담임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소년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뒤. 소년은 새로운 그림을 그려 담임에게 가져오는데....
3. 모 시설의 야간 경비
글을 쓰며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으로 경비일을 시작한 남자. 그는 모 기도원에 경비일을 맡게 된다. 얼마안가 사이비 종교시설의 기도원이었음을 깨닫고 꺼럼칙해 하고. 불길한 기분대로 한밤중 기도원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4. 부르러 오는 것
초인종이 울린다. 집안에 사람을 현관으로 급히 가지만 불투명 유리창이 달린 현관 앞에는 아무도 없다. 문을 열고 보아도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초인종 소리는 반복해 들려온다....
5. 우중괴담
비오는 날. 정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괴이한 이야기들. 그들과 만난 날이면 어김없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사고들....
[쾌 : 젓가락 괴담 경연]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유소년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괴담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어른보다 아이가 경험하는 괴담에 더욱 큰 공포를 자아내니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은거의 집]과 [부르러 오는 것] 그리고 [우중괴담]속 소녀가 이야기하는 짧은 괴담 하나 이다.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오싹했던 단편이 바로 소년이 화자가 되는 [은거의 집]이었다. 괴담은 산괴에 대한 이야기로 산에서 내려온 괴이에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소년의 심리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여러가지 금기를 설명하지만 너무나 예상대로 소년은 이 금기를 어기고 만다. 만약 어른이었다면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대상이 어린 소년이라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달라지게 마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야말로 이런 금기물(?)에서는 가장 안성맞춤인 대상이 아닌가.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의 눈으로 묘사되는 이야기는 그대로 독자들에게까지 등골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같은 산괴를 소재로 하는 [보기왕이 온다]도 살짝 떠올린다.
두번째 [예고화]는 추리적 요소가 가미된 호러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래를 예지하는 그림을 그리는 소년과 담임의 대결이라는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했고 실제 예고화가 소개되는 책들을 참고자료로 언급하여 현실성을 높인다. 소재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인데다가 반전의 묘미까지 최고였다.
반면 [모 시설의 야간 경비]는 이 작품집 중에서는 가장 약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고 (그래서 중간에 배치된 건가 싶기도...) [부르러 오는 것]은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초인종 귀신이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문을 열어주면 귀신이 집안에 들어와 저주가 씌이는데 할머니의 부탁으로 향을 올리는 소녀의 이야기는 익숙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변형을 주는것 같아 참신했다.
마지막 [우중괴담]은 앞선 네 가지 괴담들을 연결하여 마무리 짓는 최종장의 단편이며 [링]의 무한히 돌고도는 저주를 연상케 하여 책을 덮고나서도 뭔가 찜찜하게 만드는 괴담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렇든 저렇든 각 단편의 괴담이 별로라면 다른 어떤 장치를 배치해도 소용이 없겠다만, 괴담 자체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었고 직접적인 묘사보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사들이 주효하게 먹혀드는 작품집이었다. 그렇잖아도 근래 엔솔러지에 실을 호러소설을 쓰고 있는 상태이며, 그저 잔인한 묘사에 치중해 있는 나로서는 [우중괴담]은 너무나 닮고 싶은 작품이었다. ㅠ_ㅠ
* 도서카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