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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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2022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64p

속죄란 무엇인가

죄의 무게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야쿠마루 가쿠'의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인 작품이 출간됐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의 시선에서 그들의 억울함과 피해자임에도 마음졸이며 살아야 하는 부조리를 고발하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다르다. '죄를 지은자는 발뻗고 잠을 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죄를 짓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해자의 시선을 그려낸다.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의 시선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성실하고 착한 대학생. 누군가의 지인, 친구? 혹은 가족? 아니면 내가 될 수도 있는 평범한 이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죄인으로 낙인 찍히고 평생을 움츠려 살아야 하는.... 그저 운이 없어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작품에 이입되는 감정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마가키 쇼타는 대학 친구들과 늦게까지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한다. 이제 자려고 누운 쇼타의 핸드폰이 울리고. 애인이 보낸 문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지금 당장 만나러 와주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애인의 최후통첩. 버스와 지하철은 끊겼고, 비고 쏟아지는 심야에 택시도 잡히지 않으리라. 어쩔 수 없이 해서는 안 될 음주운전을 하고 만다. 쏟아지는 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눈을 판 사이.

'텅.'

그리고 쇼타의 인생은 전과는 180도 달라진다.

이 장면을 읽으며 차 바퀴로 돌진하는 짐승을 치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어지는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만 간다. 두려움에 떨던 쇼타는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과 타협하고 거짓을 토로하지만 검사와 재판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순간에 노인을 치고 뺑소니를 친 파렴치한으로 몰린 쇼타. 그리고 하루아침에 쇼타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노인이 있다.

청년 쇼타는 꿈을 잃고, 단란하던 가족은 쇼타로 인해 무너져버린다. 잔혹하리만큼 죗값을 치루는 쇼타의 모습을 보며 죄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하지만 작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옥에서 출소한 쇼타를 찾으려는 노인의 집요한 노력에서 노인의 의도에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복수심에 불타는 노인의 단죄일까? 하지만 급격한 치매의 확산으로 노인의 기억은 잃어만 간다.

복잡하게 엇갈리는 인연의 끈. 진정한 참회와 용서. 진심을 담은 사과의 용기와 어려움을 알기에 결말의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해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죄를 지을수 있기에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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