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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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2022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500원

페이지 - 660p

무더운 여름을 적셔줄 힐링 미스터리

[거울 속 외딴 성]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리얼한) 아이의 시점으로 작품을 쓸 수 있는지 놀라움과 호기심을 느꼈었다. 이제는 때묻고 삶에 찌들어버린 어른이지만 우리 모두는 티없이 해맑게 웃을 수 있던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어른임에도 아직 그 시절의 감성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글빨에 그것도 미스터리를 성공적으로 녹여내는 실력에 놀랐었더랬다. 이후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었지만 [거울 속 외딴 성]을 읽었을 때의 감정은 더이상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4년만에 출간된 그녀의 신작 [호박의 여름]에서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시즈오카의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은 대안학교 미래학교에서는 매년 여름방학마다 일주일간의 체험 캠프를 개최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노리코는 친구를 따라 미래학교 여름 캠프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막상 친구를 따라 캠프에 왔지만 마음을 나눌만한 사람 한 명없는 내성적 성격의 노리코는 부모와 떨어진 낯선 환경에서 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해메인다. 그러던중 대안학교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카와 만나고 그녀에게서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성인이 된 노리코는 아이를 둔 워킹맘 변호사가 되어있다. 우연히 사건 기사를 접하고 이제껏 잊고 있던 미래학교의 기억을 떠올린다. 미래학교의 운동장 흙 바닥에서 백골의 사체가 발견 됐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그 백솔 사체의 크기로 가늠하건데 초등학교 고학년의 사체라는 것. 이어서 노리코는 백골사체와 얽힌 사건에 변호사로 참여하게 되는데.....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학교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자연을 벗삼아 놀이 교육을 받는 대안학교들을 보곤했다. 작품에서 주 무대가 되는 미래학교는 그때 봤던 자연 속 대안학교를 떠올리게 했다. 비록 부모와 떨어져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문답'이라는 토론 교육으로 아이들의 인성과 가치관을 바로잡아 주는 교육기관.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미카와 노리코의 유년시절 미래학교의 생활모습은 그 정도로 이상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은 책을 읽는 내가 그만큼 때가 묻었기 때문일까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뒤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이유가 너무나 폐쇄적인 학교의 방침이거나, 아이를 교육시키는 어른들의 갈등이거나, 불화가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학교의 아이들 역시 일반 학교와 다름 없음을 짐작케 하는 사건들을 보며 역시 현실은 판타지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안에 쓰디쓴 쓴물을 삼키게 된다.

백골 사체의 정체는? 사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어른들은 왜? 그날 미래 학교에서는 대체 어떤 일지 벌어진 것인가? 그날의 진실을 향해 페이지가 숨가쁘게 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안타까움과 용서, 화해의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육백페이지 중 거의 절반이 넘는 유년시절의 에피소드에 이토록 많은 분량을 할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함일 것이다. 단 며칠, 몇 시간, 몇 분. 두 소녀의 우정이 수 십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들의 가슴을 적셔낸다.

어른들을 위한 힐링, 성장 소설이랄까. 마지막 결말의 충격이 잔잔하던 수면에 파문을 그리고 이내 감동의 물결로 출렁인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감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반길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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