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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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2022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2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21p

그럼에도 살아가리라

얼마전 읽었던 [나의 도깨비 홍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바로 뒤이어 신작 장편 [리아 가족]이 출간됐다. 판타지 스럽던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을 그렸던 전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지독하게도 불행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고 있다.

"그들은 만나서는 안 될 가족이었다"

과연 리아 가족에게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걸을 수 없는 리아는 살림을 도울 가정부를 찾고자 구인광고를 낸다. 그리고 그녀 앞에 찾아온 여성과 면접을 진행한다. 앳된 그녀를 본 리아는 단박에 그녀가 가정부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님을 깨닫고 그녀가 찾아오기 전. 역시 구인광고를 보고 집에 찾아온 청년 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토록 기구한 사연으로 묶인 가족이 또 있을까? 책의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은 최초 추리소설로 기획됐지만 마음을 바꿔 기구한 삶과 고통으로 뒤엉킨 가족의 이야기로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추리소설이 아니라곤 하지만 각 가족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와 그 안에서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은 미스터리적 반전과 진배없다.

학창시절 성폭행으로 잉태한 두 아이를 버린 엄마.

형사였지만 불명예스럽게 퇴직 후 정신병원을 드나드는 아빠.

의도치 않은 살인으로 쫓기는 아들.

생부의 배를 무자비하게 칼로 찌르는 딸.

실종된 아들 대신 아들의 아기를 임신한 채 나타난 며느리.

살인의 도주를 도운 뒤 계속 거리를 유지하는 딸의 애인.....

이런 것을 콩가루 집안이라 하던가. 거듭된 비극과 운명의 장난은 리아 가족에게 불행과 견뎌낼 수 없는 역경을 가져오지만. 매일 같이 곡소리가 나야 할 집안은 이상하게도, 묘하게도 고요하다. 거듭된 불행에 고통을 견뎌 낼 수 있는 고통의 역치가 올라간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간다. 꿋꿋하게.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끈끈했던 정으로 뭉친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좀도둑 가족]이 떠올랐다. 악연으로 똘똘뭉친 리아 가족도 혈육의 정을 넘어서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끈끈한 유대를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리아 그녀가 죽은 뒤에도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 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남은 가족의 삶 역시 계속 되기 때문이다.

만나서는 안 될 가족이었지만 하나의 구인 광고를 통해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가족의 삶은 그렇게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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