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기억
최정원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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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억 (2022년 초판)

저자 - 최정원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4p

붉은 만월의 밤. 파멸의 핏빛 기억

식욕 돋우는 자극적 미스터리 [레시피]의 작가 '최정원'의 장편 심리 미스터리가 출간됐다.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붉은 기억]이란 제목과 후달달 떨리게 만드는 만랩포스의 표지가 이미 이 작품이 보통이 아님을 경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만월의 밤. 한 인간을. 아니, 세 가정을 박살내버린 핏빛 기억을 따라 스스로 성별을 버린 영환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환.

태어날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던 영환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남들보다 유독 외소한 체격에 위축되 있었다. 그런 영환을 스스럼 없이 대해준 것이 동급생 지훈이었다. 활달하고 명랑한 지훈과 영환은 베프가 되고 둘은 그토록 고대하던 극기 캠프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석.

지하철 경계선을 밟으며 장난을 치던 아이가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진다. 때마침 지하철이 역안으로 들어오던 상황. 지하철에 있던 모두가 발을 동동구르던 사이 쏜살같이 선로에 뛰어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대학생 기석이었다. 간발의 차로 아이를 구한 기석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부터 매스컴의 취재요청이 쏟아지고. 기석은 전과는 다른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환과 기석 그리고 기석의 아내 유경까지 3명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되면서 아무도 모르던, 교묘하게 은폐되었던 붉은 기억속 밤의 진실이 수면위로 드러난다. 전작 [레시피]에서도 처절한 상황설정과 복수에 이르는 한 인간의 이상 심리묘사가 인상깊었는데 이번 [붉은 기억] 역시 단편 보다 더욱 깊은 호흡으로 끔찍한 사건으로 파멸에 이르게 된 인물의 절망감을 독자가 소름돋도록 생생하게 묘사하고, 복수를 위한 광기와 정신병적 집착을 쫀쫀하게 그려나간다.

복수를 위해 타겟이 모르게 주변 상황을 조작하고 그로인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리벤지 장르로서 '아프로스미디어'의 전작 [8인의 사육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갖은 고생을 다해 복수를 실행하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자로 남게되는 쓰디쓴 입맛의 마무리 역시 비슷하지만 [붉은 기억] 속 마지막 영환이 깨닫지 못하던 비밀이 독자의 아랫턱을 강타하는 카운터 펀치로 작용한다. 복수극을 이야기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의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토막, 절단, 거세, 도착 등등...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기임에도 각 캐릭터의 탁월한 심리묘사 때문에 거부감 없이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더러운 욕망의 분출에 휘말린 평범한 인간이 상처입고 지옥까지 내몰리는 상황을 통해 공분과 상응하는 단죄를 기대하게 된다. 과연 악인은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더욱 고통스럽게,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게... 바로 이런 기대가 리벤지 물의 매력 아니겠는가.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충격적 반전이 응축된 복수극 [붉은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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