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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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2022년 초판)

저자 - 무경

출판사 - 부크크

정가 - 17000원

페이지 - 452p

새로운 경성 탐정의 탄생

자비 출판사로만 알고 있던 부크크에서 부크크오리지널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장르 출판을 시작했다. 작가와 정식 계약을 맺고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은 부크크오리지널 시리즈로 나온 세번째 작품이다. 일제 치하 암울한 시대상에 서양의 신문물이 들어와 신구의 혼란이 일던 격변의 1929년이 작품의 배경이다. 게다가 주 무대는 경성. 그리고 살인사건과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까지... '김재희'작가의 대표작 [경성 탐정 이상]시리즈가 마무리 된 이후로 새로운 경성 탐정의 탄생에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미국물 하나 먹지 않은 오덕문이 에드가 오 탐정이 되는 계기. 이른바 오 탐정 비긴즈가 펼쳐진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에드가 오는 경성에서 기거할 곳을 찾던 중 은일당 주인 마님의 딸 선화의 개인 교사가 되어주는 조건으로 은일당에 하숙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경성에서 친하게 지내던 권삼호와 박동주는 에드가 오의 방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에드가 오는 필름이 끊기고. 다음날 정신을 차리니 방안에는 술을 마신 흔적밖에 남지 않았다. 친구들이 쓰러진 자신을 두고 돌아간 것이라 생각한 에드가 오는 방안을 둘러보던 중 평소 자신이 아끼는 페도라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에드가 오는 페도르의 행방을 묻고자 권삼호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도끼에 목이 찍혀 죽은 권삼호를 발견하는데....

일단, 잔혹한 연쇄 살인이 벌어지지만 시대는 암흑천지의 일제치하. 제대로된 수사없이 용의자로 몰리면 가차 없는 고문이 시작된다. 잠시 시대물이란 것을 간과하고 있다가 여지없이 순사들이 쇠꼬챙이로 손톱 밑을 쑤셔대는 통에 제대로 소름이 돋았다. 결국 자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리라 마음 먹은 에드가 오는 직접 탐정 노릇을 시작한다. 여기서 주인공 에드가 오의 작명 이유는 '에드가 앨런 포'와 본명 오덕문을 합친 것이라 하니. 대놓고 탐정의 탄생을 밑밥으로 까는 것이 아니겠는가. ㅎ

에드가 오가 현장과 주변인물들을 탐문하고 정보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면 똑부러진 소녀 선화는 사건의 핵심을 짚어내는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셜록과 왓슨 같은 콤비 플레이를 선보이는데 앞선 복선들을 회수하면서 후반부 하우던잇과 후던잇을 설명하는 장면이 사건의 반전 뿐만 아니라 캐릭터 역할의 반전까지 끌어내 흥미롭게 읽힌다.

모던을 부르짓지만 현실은 시궁창 같은 지옥 그 자체이다. 신분제도가 폐지 됐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여전히 양반과 상놈으로 분리되있고 모든 법위에 군림하는 순사의 권총은 그 무엇보다 빠르다. 시대물로서 당시의 사회상이 사건에 적절히 녹아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의 과학수사는 기대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사건 해결의 열쇠는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지점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물을 선호하지 않지만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비긴즈가 나왔으니 모던 보이 에드가 오의 본격적인 탐정 기록이 펼쳐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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