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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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2022년 초판)

저자 - 정지혜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64p



인생 2회차는 다를까



한번 지나가버린 인생은 되돌릴 수 없다. 고로 후회없이 살기를 바란다면 매 순간 신중을 기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망해버린 이번 생을 되돌리려면 SF장르적으로 타임머신이 최고이겠지만 이번 작품의 메인 설정에서는 다른 장치가 사용된다. 타임머신 과는 약간 다른 시각이랄까. 망해버린 생을 되돌릴 수 없다면 조금 시간을 두고 유예한다는 말이다. 뭐로? 바로 냉동수면으로 말이다. 



그렇다. 냉동수면과 해동 기술의 개발로 야기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테마만 본다면 발전된 미래세계를 그리는 SF가 떠오르지만 막상 작품 자체는 냉동수면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현실과 다를바 없다. 아니, 오히려 고루하달까...-_-;;;



코드명 B-17903는 50년 만에 해동되어 깨어났다. 기현(B-17903)이 냉동인간이 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황당하다. 종종 예지몽을 꾸는 그가 어느날 꾸었던 꿈 하나 때문이었다. 꿈속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현의 앞에 서있는 여성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기현이 다짜고짜 엄마를 설득해 냉동수면에 들어간 것이다. 


냉동 전문 클리닉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규선은 냉동 후 깨어나는 냉동인간들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자신의 삶에서 도망쳐버리는 무책임한 인간으로 보는 것. 규선에겐 8년이나 만나며 결혼을 준비하는 여인 가은이 있었다. 하지만 가은은 규선과의 결혼을 망설이고...


가은은 규선에게 말못 할 비밀이 여러개 있다. 이제는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서 진작에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이제는 고백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규선을 만나러 가는 길.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하고...



앞서 말했다시피 냉동수면의 기술로 냉동수면인과 비수면인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뭉처버린 실타래처럼 줄줄 이어져 나온다. 불과 260페이지라는 장편치곤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자칫 이름이나 관계가 헷갈리기 시작하면 스토리를 따라잡는데 고생꽤나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라도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품에 중심이 되는 인물은 기현, 규선, 가은 3명이다. 하지만 그 밖의 인물들과 사연들이 온통 꼬여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관계를 맺고 있던 캐릭터가 갑자기 냉동인간이 되었다 삼,사십년 만에 그 모습 그대로 깨어나 버리니 냉동수면 전의 지인들은 할머니가 되었거나 사망. 냉동수면 이후에는 지인들의 자식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되기 때문이다. 



미래기술을 그리면서도 무속인의 말에 목을 메는 사람들. 냉동기술에서 더 나아가 노화를 막는 기술을 발견했음에도 인공 장기를 만들지 못해 장기이식에 목을 메는 사람들. 노산의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냉동인간을 선택하는 등등. 혼란하고 답답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망해버린 생의 시간을 유예하고 새로운 생을 꿈꾼다지만 어차피 망해버린 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말하는 걸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냉동인간이 되버린 사람들은 과거 자신을 옭아메던 비극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새로운 비극에 허덕인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냉소적이고 암울한 시각이 점철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예상치 못한 인연, 우연, 악연이 호기심을 자극해 끝까지 붇틀고 있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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