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로부터의 탈출 (2021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07p



천재 작가의 마지막 작품



메르헨 시리즈로 큰 인기를 누려온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마지막 유작이 국내 출간되었다. 작년말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작가의 임종 소식에 머리를 크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는데 이렇게 그의 마지막 작품을 읽고나니. 더이상 작가의 기발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제서야 서서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앨리스 죽이기]의 도마뱀 빌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건만.....ㅠ_ㅠ 



백세가 넘어 휠체어 없이는 거동하기 힘든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할아버지 둘, 할머니 둘. 대체 무슨 작당중인건지.

주변을 힐끗 거리며 경계하는 얼굴들.

험상궂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는 노인들의 모습이 영 심상치 않다.

치매인 걸까? 

아니면..... 



일본의 출산률은 바닥을 치고 심각한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지 이미 오래전.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는 작가의 눈에 비친 노인은. 그 노인들을 통해 작가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세계는 이토록 독특하고 기묘하단 말인가. 현실을 뒤집는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경계없는 상상력의 세계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신체 활동이 부자유스러운 노인의 머릿속에서는 엄청난 생각과 사고들이 스쳐간다. 액션이 없는 생각에 불과하지만 그 어떤 액션보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몰입감을 가져온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염증을 느낀 노인 사부로는 자신이 거주하는 요양소에 뭔가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이후 방에 돌아와 일기장을 뒤지던 사부로는 일기장에 교묘하게 숨겨놓은 암호를 발견하고 놀란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이후 사부로는 탈출에 도움이 될만한 동료들을 모은 뒤. 마침내 요양소 탈출을 감행한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요양소 끝에 다다른 사부로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모습에 경악하고 마는데.....



기본적으로 SF 장르이지만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변주하여 기발한 살인 트릭과 반전을 준비하는 미스터리적 요소도 갖추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SF [분리된 기억의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사소한 사건, 혹은 설정 하나에서 무차별로 확장되는 설정이 두 작품 모두 매력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노인들의 모험. 느리고 힘없는 그들의 육체에 깃든 불타는 영혼이 독자에게까지 느껴지고. 나아가 영면한 그의 영혼이 책안에서 살아 숨쉬는듯 하여 긴 여운을 남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작가의 초기작 [육식저택]으로 여운을 이어가야 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