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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신 (2021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67p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일지도
'아시자와 요'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추리가 아닌 공포작품에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분명 공포 장르를 표방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스터리의 기법을 차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자연적 공포에 논리적인 추리를 접목하여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를 완성한 것이다. 하여 이번 작품 [나의 신]에서는 어떤 요소를 접목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했다.
어떤 문제든 손쉽게 풀어내는 척척박사.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은 이 척척박사 미즈타니를 '신'이라 불렀다. 초딩들의 눈으로 온갖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친구가 신처럼 우러러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즈타니가 보여주는 인간을 초월하는 지성은 충분히 논리적으로 풀이 가능한 탐정의 영역이었으니 신이라기 보다는 소년 명탐정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듯 싶다.
나도 초딩 탐정단이 등장하는 단편 [코난을 찾아라]가 [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초딩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초딩이라는 나이적 한계, 그로인한 정보의 부족, 수의의 경계 등등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남는 게 없는데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영리하게 난관을 풀어나간다. 사건들을 통해 세상사 아무것도 몰랐던 꼬꼬마 주인공의 의식이 성장하는 성장소설 플러스 일상적 사건을 풀이해 나가는 코지미스터리 플러스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아동학대까지 녹여낸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이야기랄까. 앞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정말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은 의심이 들정도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학년을 의미하는 4가지 이야기와 앞선 1년의 사건을 마무리 짓는 에필로그로 구성되있다. 아무래도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던 소녀 가와카미의 에피소드인데 일본 특유의 억지스러움이 아닌 굉장히 현실적이고 절제적인 결말이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좋았달까. 일상미스터리를 선호하지 않는 본인으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초딩 일상 미스터리였다.
치밀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뛰어난 두뇌도 두뇌지만 반 아이들 각자의 사정과 감정을 놓치지 않고 배려하는 미즈타니는 정말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본인에게도 신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공포면 공포, 추리면 추리, 감성이면 감성. 각각의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을 이토록 진하게 낼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이 샘이날 정도로 뛰어나다. 작가의 데뷔작 [죄의 여백]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