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사육사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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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사육사 (2021년 초판)

저자 - 김남겸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0p



정녕 이 방법 밖에는 없었나요




SF미스터리 [로하의 세상]으로 데뷔한 '김남겸'작가의 차기작이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됐다. 책표지의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는 카피가 책을 덮고 난 뒤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뭇친 원한을 복수로 갚는 리벤지 장르는 추리와 스릴러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그런 익숙한 소재인만큼 죄인을 벌하는 다양한 시도와 방법이 리벤지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다른 리벤지물과 다른 차별화된 포인트는 무엇일까. 죄인을 벌하는 궁극의 복수는 무엇일까. 바로 이 점을 유념하며 작품을 읽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작은 소도시 흉촌에서 사육사로 일하던 여성이 우리를 탈출한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겨 사망한다. 사망한 여직원 소원은 같은 동물원 사육사 여도수와 비밀연애중이었다.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도수에게 뜻밖의 해고통지가 날아온다. 조사결과 맹수관리 담당이었던 여도수의 관리부실로 인한 사고였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분명 마지막까지 확인절차를 거쳤던 여도수는 조사결과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죽어버린 연인은 살아돌아올 수 없는 일. 망연자실한 채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여도수에게 동물원 팀장 운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여자친구 사망사고에 뭔가를 알아냈다는 것. 그리고 당장 동물원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기고. 여도수는 절친과 함께 동물원을 찾아가는데.....



동물원에서 여도수를 기다리는 사망사고의 진실은..... 여도수의 살아온 인생 자체를 무너트리기에 충분한 충격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이 문장이 떠올랐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배로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의 유명한 대사인데 이 작품에서는 배로도 모자란듯 싶다. 죄인을 향한 용서와 화해? 이 작품에서 그런 알량한 감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자신의 생살을 저미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죄인을 벌하기 위한 궁극의 복수를 감행하는 복수자들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물론 같은 목적이라 해도 추구하는 바와 성격이 다른 만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복수의 성공여부, 복수자들의 내분과 암투, 복수자들을 움직이는 또다른 존재, 복수자들의 각기 다른 사연, 비밀을 숨긴 다양한 캐릭터들을 찾는 재미까지 한 작품에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는 스릴러였다. 



단순히 죄인의 머리통에 총구를 겨누고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웨스턴식 복수극이 아니다.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만드는 한국식 '한'의 감정을 그대로 녹여낸 K-복수 스릴러이다. 죄를 지은 이도 동정의 여지가 있고, 복수자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간이 아니다. 확연히 구분지을 수 없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가 작품을 더 암울하고 무겁게 만든다. 모두가 파멸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기에 읽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혹사당하는 느낌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라리 죄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천하의 X놈이었다면 마음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으흐흐...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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