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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수상한 사람들 (2021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윤성원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292p
살면서 마주칠지 모를 수상한 사람들, 수상한 상황들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미스터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엮은 [수상한 사람들]의 세번째 개정판이 출간됐다. 2009년 첫출간 이후로 세번째 판본이 나올 때까지 이 책의 존재를 몰랐던 내겐 재출간이라는 우연이 이 단편집과의 인연을 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연한 사건. 우연히 마주친 인물과 같이 우연을 키워드로 하는 일곱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우연한 기회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릴지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 언제든, 누구든지 겪을 수도 있는 현대식 괴담같은 이야기였다.
1. 자고 있던 여자
호텔 대신 자신의 집을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동기. 몇가지 규칙을 정하고 대여금을 받고 동기에게 집을 빌려주기로 한다. 어느새 회사내에는 소문이 퍼져나가 적어도 3명의 동기가 돌아가며 자신의 집을 대여한다. 그날도 동기에게 집을 대여하고 차안에서 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간 나는 깜짝 놀란다. 비어있어야 할 집 침대에 모르는 여자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2. 판정 콜을 다시 한 번!
양아치 친구들과 돈이 많기로 소문난 할머니 집을 털러간 나는 경찰에게 발각돼 도망친다. 할머니 집 근처에서 숨어있던 나는 옆집 남자와 마주치고 남자를 협박하여 남자의 집에 숨어든다. 그런데 남자가 내 얼굴을 알아보는데....
3. 죽으면 일도 못해
로봇을 이용하는 자동화 공장에서 계장이 휴게실에 사망한 채 발견된다. 측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고 사망한 계장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형사가 오고. 나는 계장의 성격을 증언한다. 순간 어떤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4. 달콤해야 하는데
하와이로 허니문을 떠난 나와 아내. 달콤해야 할 첫날밤 나는 아내의 목을 조르고 묻는다. 당신이 죽였어? 내 딸을....
5. 등대에서
친구와 누가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는지 내기를 하고 나는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 버스에서 내린 내게 친절을 배푸는 이는 자신을 등대지기라 소개한다. 등대지기는 내게 숙소에서 함께 술이나 마시고 이야기하자고 제안 하는데....
6. 결혼 보고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온다. 자신이 결혼을 했다는 것. 그런데 동봉된 사진에 찍힌 여성은 내가 알고 있던 친구가 아니었다. 전화를 하려 했지만 연락이 안되고 걱정이 된 나는 친구가 사는 곳으로 찾아가는데....
7.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희귀 새의 사진을 담기 위해 코스타리카에 찾아간 나와 아내는 2인조 복면강도를 만나 렌트카와 비자등을 강탈 당한다. 가까스로 사람들의 도움으로 묶고 있는 호텔에 도착하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데....
베스트를 꼽자면 [자고 있던 여자], [달콤해야 하는데], [등대에서]를 꼽고 싶다. 우선 [자고 있던 여자]는 내 집에서 자고 있는 생판 모르는 여자에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분명 만취한 여자를 꼬여내 잤다고 생각한 나는 동기들을 하나씩 의심한다. 물론 나 역시 다른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결말은 예상을 뒤엎는다. [달콤해야 하는데]는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딸을 잃은 남자가 새로 맞은 아내를 의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불타는 복수심. 복수의 기회를 엿보기 위해 결혼식 신혼여행까지 기다리는 용의주도함. 그리고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까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믿음에 대한 작품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이었다.
[등대에서]는 솔직히 섬찟하다. 낯선 여행지. 내게 친절을 배푸는 낯선 사람. 그리고 드러나는 낯선이의 본심... 작품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둔다. 그런 의미에서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다. 낯선 해외에서 강도를 당해 탈탈 털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 곤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는 현지인들.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두고 주인공 만큼이나 혼란스러워진다. [판정 콜을 다시 한 번!]은 인생을 뒤바꿔 놓은 단 한 번의 악연을, [죽으면 일도 못해]는 로봇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단편이었다.
내게도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인생에서 만나는 수 많은 인연중 수상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일일이 알 수는 없으리라. 그저 수상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역시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각잡고 읽으면 하루안에 읽을 수 있는 가독성을 자랑한다. 우연하게 만난 이 책으로 나도 끝내주는 작품을 쓸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_-;;;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