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손님 - 오쿠라 데루코 단편선
오쿠라 데루코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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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손님 (2021년 초판)

저자 - 오쿠라 데루코

역자 - 이현욱, 장인주, 하진수

출판사 - 위북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54p



일본 최초의 여성 탐정 소설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이자 일본 여성 최초로 단행본을 출간한 여류 탐정소설가라는 소개글에 호기심이 일어 읽게 된 책이다. 1930년도 부터 1950년대 까지 발표한 일곱 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일단 일본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굴욕적인 일제치하였던 시대인만큼 지금의 증거주의의 견고한 추리 보다는 범죄에 이르기까지의 범인의 이상심리나 정념, 욕망 등에 포커스를 두고 다양한 사연을 펼쳐 나간다. 당시 2차세계대전중이 시대상 때문인지 국제 스파이를 소재로 하는 단편도 두편이 있었고 무엇보다 영매 같은 심령현상을 소재로 하는 단편도 있어 마침 본인도 미스터리에 심령현상을 가미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허술한 구성의 작품도 실려 있지만 아무래도 시대보정을 감안해야 할 것이며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라서인지 문장이 굉장히 세련되고 섬세하다. 사건 풀이과정 보다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숨겨진 사연으로 미스터리의 재미를 끌어내는 구성이다. 가장 인상깊에 본 단3편을 소개해 본다. 



[영혼의 천식]은 부호인 후지와라 가에서 외부인을 불러 골동품 경매 행사를 벌인다. 이 후지와라 가에는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행방물명되고 엄마도 자살해 버리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이윽고 행사가 열리고 골동품으로 사람 크기의 불상이 공개된다. 그리고 호스트는 이 불상에 얽힌 비극적인 사연을 들려준다. 이 불상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작품을 읽는 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할 것이다. 결국 불상에 얽힌 사연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데.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한 인간을 서서히 미치게 만드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마성의 여자]는 앞서 언급했던 심령현상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다. 제7감. 이른바 육감을 넘어서는 7감을 가진 아내는 천리안으로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가 하면 남편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여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직장에서 승승장구 하면서도 그녀의 7감에 숨이 막혀 한다. 단순한 치정 소설에서 이 특이 능력을 접목하여 독특하고 서늘한 미스터리로 탈바꿈 시킨다.



[사라진 영매]역시 제목 그대로 심령현상이 소재이다. 아무래도 취향이 그쪽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에 재미를 느낀 것이 사실. 한 부인이 10년전 한 부호의 집에 찾아갔다가 행방불명되고 그대로 미제 사건이 된 영매 실종사건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있던 백작은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온다는 영매를 통해 죽은 아내와 만난다. 아내의 영혼의식과는 별개로 백작은 영매와 긴밀한 사이로 발전하고 아내의 짐을 정리하던 도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나눈 흔적을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역시 집착과 질투의 감정이 증폭되어 선을 넘게 되는 이상심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미스터리임에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수퍼내추럴을 이용하여 서서히 망가져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인간의 심리를 밀도있게 그려내는 단편집이다. 그런점이 무려 90년 전에 쓰인 이야기임에도 집중하고 읽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근래 미스터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읽을 수 있던 단편집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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