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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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2021년)

저자 - 고 가쓰히로 (오승호)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8000원

페이지 - 600p



진정 최악의 낙하로다



[도덕의 시간][스완][하얀충동] 등 내놓는 작품마다 문제작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 소재와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오승호'의 근간이다.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꽤나 긴 제목에 눈길을 사로잡는 현란한 머리의 두 여성이 그려진 표지에 잠시나마 작가가 그동안 고수하던 스타일을 버렸나 싶었다. 실제로 작품은 전작들과는 달리 주인공 요리코의 시각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상당히 가벼운 필치로 그려진다. 



하지만....표지나 문체에 현혹되서는 안 될 것이다.

작품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오승호'식 [짐승의 성]이었기 때문이다.



자주가던 볼링장에서 우연히 만난 노란색 머리의 나오미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를 꺼낸다. 3년전 자신의 오빠가 한 일가족을 엽총으로 살해한 총기난사 범이었다는 것. 현장에서 자살한 오빠 때문에 나오미의 가족은 풍비박살이 났고, 나오미는 자신의 오빠 사건을 파헤친 르포로 인기 작가가 되리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요리코는 나오미의 말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 노력했던 사건의 관계자가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지독한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계시일까? 아직도 낙하할 일이 더 남았다는 말일까. 마음을 정리한 요리코는 나오미에게 숨겨두었던 과거를 하나, 둘 이야기한다. 끔찍하고 충격적인 요리코의 과거에서 총격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데........



요리코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초딩시절의 첫 장면 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요리코는 무덤덤하게 자신의 경험들을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무덤덤한 것이 아니라 감정의 스위치를 내려버렸다는 것을. -_-;;; 끔찍하고 참혹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작품을 읽는 나마저도 감정의 실이 끊어져버린 듯 덤덤하게 읽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실제로 작품에서 요리코는 고통의 스위치를 자유롭게 끌 수 있다는 설정. 당연히 폭력, 폭행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세진다. ㅠ_ㅠ



앞서도 말했듯이 [짐승의 성]을 떠올리게 한다. 세치 혀로 인간의 정신을 말살하고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이 전반에 걸쳐 그려진다. 끔찍한 폭행, 가학적 성 고문과 폭력은 가스라이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제정신이 박힌 사람들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세뇌에 빠지냐며 욕할지도 모르겠으나 어차피 [짐승의 성]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가.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 역시 충분히 가능할 법한 이야기라 더욱 몸서리 쳐지는 공포를 선사한다. 



이러나저러나 인생에서 한줄기 빛도 없던 요리코가 스스로 고난을 이겨내는 성장소설이다. 피떡이 되는 공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까지 그 한발을 내딛기가 너무나 어렵고 힘겨운데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요리코를 어느새 나도 응원하고 있었다. 자포자기로 던진 캐논볼은 요리코를 가로 막은 볼링핀들을 쓰러트리고 시원하게 스트라이크를 획득할 수 있을지.... 수위나 설정이나 분명 문제작이 분명하다. 허나 잔혹하지만 눈길을 땔 수 없는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이야기. '오승호'의 역작이라 부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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