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 여섯 가지 사랑 테라피 공식 한국추리문학선 10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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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2021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0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5p



일탈을 꿈꾸는 당신이 읽어야 할 소설



[경성탐정 이상]시리즈,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최근 발표한 [서점탐정 유동인] 등 20여년 째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재희'작가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은 단편집이 출간됐다. 얼마전 읽었던 러브미스터리 앤솔러지 [여름의 시간]이 떠오를 정도로 단편집에 실려 있는 여섯가지 사랑 이야기들은 한 명의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이 20년의 작품활동을 거친 베스트셀러 작가의 내공이 아닐까. ㅎㅎㅎ


도발적이고 농염하며 비밀스러운 사랑의 방정식.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이다.



1. 타임슬립러브

내 나이 45살. 남편은 해외 출장중 팬더믹 사태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지 2년이 넘었고, 하나 뿐인 아들은 군대에 입대했다. 원치 않은 독신 생활. 폐경을 앞둔 내게 대체 왜 이렇게 성욕이 폭발하는 걸까. 지겹다. 나를 옭아맨 모든 것이. 벗어나리라. 타임슬립이라도 해서 현실을 탈출하리라.


2. 부처꽃 문신에 담긴 꽃말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범죄프로그램 출연자 감건호는 새롭게 맡을 프로그램의 취재차 고한에 방문한다. 3년전 남친을 의문의 추락사로 잃은 여인 장미현을 만나 당시 사건에 대해 취재하기 위함이다. 만항재에 쓰일 야생화를 가꾸는 장미현은 당시 남자친구를 망루에서 떠밀은 제3자가 있었다고 증언했으나 감건호는 이 진술에 의심을 품고 장미현에게 집요하게 질문하는데.....


3. 메살리나 콤플렉스

대학생때부터 지속된 지현과의 관계를 끊어 낼 수가 없다. 그녀가 결혼을 한 뒤에도... 사람을 홀리는 매력적인 지현은 로마의 황후이자 타락한 성의 상징으로 불리던 메살리나와 꼭 같다. 메살리나의 꿈을 꾸던 어느날. 미모의 조각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나는 밤낮없이 조각상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완성된 메살리나는....


4. 공모전 살인 사건

죽인다. 그 놈은 꼭 내손으로 죽이고 만다. 1억원 상금이 걸린 공모전에 내 작품이 최종 후보로 낙점돼었을때만 해도 대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품을 위해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웠다. 조바심에 심사위원인 놈에게 뒷돈도 먹였다. 그런데. 버젓이 걸려있어야 할 수상다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5. 대쾌

궁중화원 칠칠은 투견판을 전전하다 흘러 흘러 대마도를 거쳐 일본땅까지 밟게되고 그곳에서 웬지 마음가는 기생과 하룻밤을 보낸뒤 그녀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겠다고 다짐하는데....


6.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매달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머물 수 있는 요양원 풍요실버타운. 이곳을 꽉 잡고 있는 할머니 3총사가 있었으니. 잘나가던 전직 드라마 작가 가영과 나숙, 다정이다. 어느날 가영은 두 할머니들을 이끌고 타운 국장의 포르쉐 차를 훔쳐내 타운을 탈출한다. 가영이 죽기전 꿈에 그리던 정인을 직적 만나기 위해서....

  


[타임슬립러브]는 SF를 의심케 하지만 SF와는 1도 연관 없는 미스터리이다. 더불어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며 자극적이고 농염하다. 성적 수위 또한 꽤 높아서 사랑이란 테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편이 아닌가 싶다. 중년에 접어든 여성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일탈이랄까.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충동은 누구나 느끼는 바. 고독에 사무쳐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중년 여성을 통해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낀다. 더불어 전업 추리작가의 일상과 평소생각을 엿볼 수 있는 주변인들의 묘사는 작품을 즐기는 또다른 요소로 작용한다.



[부처꽃 문신에 담긴 꽃말]은 강원도 고한시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앤솔러지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야생화를 기르는 그녀의 비밀 꽃말]로 소개되었던 작품이다. [표정없는 남자][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로 만났던 '감건호' 프로파일러의 단편 버전. 팍팍한 삶과 그 삶에서 서서히 변질되어 가는 사랑이 씁쓸하고도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메살리나 콤플렉스]는 로마시대를 헤매는 꿈과 현실이 오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추리보다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순문학으로 읽혔다. [공모전 살인 사건]은 가장 본격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광탈한 주인공의 애처로운 심리가 너무나 와닿았고 뿌려 놓은 떡밥과 회수가 절묘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작가를 주제로 하는 단편집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에 슬리슬쩍 끼워 놓아도 전혀 위화감 없는 수작. 



[대쾌]는 [계간미스터리 2019년 봄 호]로 먼저 만났던 작품이다. 작가의 장편 [색, 샤라쿠]와 상당히 흡사한 이야기인데, 주인공 칠칠 역시 조선의 실존했던 화원을 바탕으로 한 역사팩션 단편이다. [색, 샤라쿠]의 단편 버전이랄까. 마지막으로 표제작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은 인생의 막바지 노년에 마지막으로 저지르는 일탈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폐경을 앞둔 중년도, 죽음을 바라보는 노년도 저마다 가슴속엔 고이 간직해온 뜨거운 사랑이 있지 않던가. 



베스트를 꼽자면 [타임슬립러브]와 [공모전 살인사건]을 꼽고 싶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이 녹아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때문에 쉽게 몰입되며 막힘없는 가독성을 자랑한다. 사랑에 목마른,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그리고 한번쯤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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