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간 - 사랑이라는 이름의 미스터리 일곱 편 나비클럽 소설선
한새마.김재희.류성희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의 시간 (2021년 초판)

저자 - 한새마, 김재희, 류성희, 홍선주, 사마란, 황세연, 홍성호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500원

페이지 - 299p



이토록 처절한 사랑이라니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러브미스터리 앤솔러지가 드디어 공개됐다. 떠오르는 신예 '한새마'작가의 [여름의 시간]을 표제작으로 잔혹한 일곱가지 사랑 이야기가 고이 담겨있다. 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집착, 타인에겐 스토커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더 없이 숭고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맹목적 사랑이야말로 사람의 이성을 무너뜨리고 광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감정이 아닌가. 이성간의 엇갈린 사랑, 데이트 폭력, 그리움, 비뚤어진 모성, 의처증, 관음증 등등등 일곱 빛깔 러브 세레나데가 펼쳐진다.



1. 여름의 시간 - 한새마

"사실은 저였죠? 그 여자가 아니고요."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 냈다. 토니와 한나의 비밀스러운 도피의 비밀은 무엇일까?


2. 웨딩 증후군 - 김재희

나의 기이한 성향을 못참겠다면 지금 떠나요. 나를 버려줘요. 제발.

상대의 모든 허물을 떠안는 것도 사랑일진데, 남자는 그녀의 이상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3.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 - 류성희

접힌 우산은 비를 막아줄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상징하죠.

그리고 꽃삽은 그 불안을 파묻고 싶어 하는 무의식의 표출입니다. 난 알아요. 나도 그랬거든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4. 능소화가 피는 집 - 홍선주

감히 나를 두고 바람을 펴? 강상무 당장 아내 몰래 은밀하게 증거 수집해!

남자는 바람피는 아내를 향해 회심의 한 방을 먹일 수 있을까?


5. 망자의 함 - 사마란

어느날 집 앞에 찾아온 꼬꼬마. 소년의 손에는 꼬깃한 쪽지가 한 장 있었다. '부모가 찾아올테니 며칠만 데리고 있어줘.' 생각지도 못한 꼬꼬마와의 기묘한 동거.


6. 환상의 목소리 - 황세연

성인용품 회사에서 홍팀장과 비밀 사내연애를 하던 은황 주변에 안 좋은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데 이상했다. 꼭 홍팀장에게 넋두리를 한 다음날 그 넋두리 상대가 다치는 것이아닌가.


7. 언제나 당신 곁에 - 홍성호

폐허가 된 모텔안에서 자실시도를 하는 여성을 구한 남자.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둘은 교제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여자 알면 알수록 이상하다....



일곱 작품중 베스트를 꼽자면 [여름의 시간]과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이다. '한새마'작가와는 평소 친분이 있어 책에 실리기전 작품 초고를 읽을 수 있었다. 책으로 나오기 전에도 한 3번은 읽은 것 같은데 종이에 인쇄된 [여름의 시간]을 네 번째로 보면서 또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구성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정제된 문장과 독자에게 고백하는 듯한 1인칭 대화체는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속으로 공간이동 시킨다. 사실 초고의 분량은 책에 실린 완성본 보다 훨씬 많다. 초고는 주인공 이한나의 심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고 완성본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쳐내 간결함과 속도감을 살린듯 하다. 머. 개인적으론 둘 다 좋다. 역시 표제작에 걸맞는 작품이랄까. 내놓는 작품마다 기발한 트릭에 완성도 높은 구성과 이를 뒷받침 하는 유려한 문장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웨딩 증후군]은 본인이 자주 애용하는 '아크로토모 필리아' 처럼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증후군을 주제로 한다. 기이한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의 혼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은 비뚤어진 모성으로 학대를 받으며 자란 미술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잔혹한 학대가 대물림되어 비극을 야기하는 어찌보면 이 작품 직전에 읽었던 [푸시]를 떠올리게 했다. 더불어 마지막 반전의 한 문장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능소화가 피는 집]은 의처증에 걸린 사장의 이야기인데 유사한 설정의 작품을 읽은탓에 시작부터 반전을 눈치채버리고 말았다. [망자의 함]은 나머지 작품이 추리장르인 반면 유일하게 기묘한 이야기 식의 기현상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당연히 현실 추리를 생각하고 읽었으나 기묘한 이야기로 끝나 버려 아쉬웠던...-_-;; [환상의 목소리]는 우선 성인용품 회사에 다니며 투잡으로 성인 소설을 녹음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황세연'작가 특유의 은근한 유머가 녹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 [언제나 당신 곁에]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열린결말 작품이다. 독자가 내리는 결론에 따라 이야기의 분위기 전체가 달라지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 가지 결말에 따라 재독해보는 것도 좋은 작품이리라. 



강력한 흡인력과 극강의 가독성을 자랑한다. 나는 현생에서 이런 사랑엔 말려들지 않길 바라게 만드는 일곱가지 사랑 이야기. ㅎㅎㅎ 하지만 엿보는 건 재미있는 잔혹 러브스토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