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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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마와라시 (2021년 초판)

저자 - 온다 리쿠

역자 - 강영혜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46p



그리움이 만들어 낸 기적



'온다 리쿠' 그녀의 작품을 몇 개 읽어보진 못했지만 읽어본 작품 ([꿀벌과 천둥]은 제외하고) [몽위][여섯번째 사요코]와 이 작품을 비교해 보면 어느정도 공통되는 작풍(?)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꿈이나 유령 같은 무형의 소재들을 녹여 낸달까. 그녀의 작품은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번 신작 [스키마와라시] 역시 '온다 리쿠'만의 그 특유의 느낌을 이어간다.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형 다로와 나 산타는 일찍히 부모님을 여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활해왔다. 산타에게는 형 밖에 모르는 비밀이 있다. 물건에 남은 사념을 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성인이 된 뒤. 다로와 산타는 골동품 매입을 위해 철거 예정 건물들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건물 안 벽면을 장식한 타일 앞에서 산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하나? 하나야?"

타일이 속삭인 이름은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낯익은 느낌의 이름. 이후로 형제는 동일한 타일이 붙어있는 건물을 찾아 나서고. 마침내 어렵사리 찾아낸 건물 안 타일벽에서 산타는 남자와 여성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토록 보고 싶었고 그리웠던 부모님의 모습을 사이코메트리 한 것이다.....



일본의 요괴중 '자시키와라시'라는 요괴가 있다. 고운 옷을 입고 집안에 눌러사는 이 요괴는 기거하는 집에 복을 불러 온다는 유익한 신으로 분류된다. 다만 자시키와라시가 집을 떠나면 그동안 쌓였던 복은 전부 달아나고 불운을 맞는다는 반전이 있다만... 여튼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성주신과 비슷한 롤의 요괴이며 [요괴소년 호야]의 에피소드에서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요괴이다. 그렇다면 '스키마와라시'는 뭔고하니, 작가가 만들어낸 이름으로 요괴나 혼령처럼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다수가 목격했고, 다수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환영 같은 존재랄까. 기억속의 잔상이란 뜻인듯 싶다. 하지만 제아무리 환영이라도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다면 그것은 더이상 환영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존재가 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타일을 찾아 사이코메트리를 하는 산타와 더불어 전국에서 기이한 목격담이 증가한다. 철거예정 부지에서 세 갈레 머리를 따고 하얀 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름이라면 근처에 사는 소녀이겠거니 하겠지만 한겨울에도 같은 복장으로 나타나는 소녀. '스키마와라시'의 소녀와 사이코메트러 산타와의 접점이 생기면서 서서히 수수께끼 같던 비밀이 풀려간다.



기이한 능력. 그리고 유령 같은 존재 '스키마와라시'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풀어 나간다. 다만 왁자지껄한 사건과 자극적인 전개로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은 아니다. 뭐랄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슬로우 푸드 처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슬로우 라이터의 작품이랄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잔잔한 수면에 파문들이 모여 출렁이는 파도가 되듯. 따스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작품 전반에 그리움이라는 노스텔지어가 가득 녹아있다.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하지만 이제는 닭장 같은 아파트에 밀려 사라져 가는 낡은 건물들처럼. 어른이 되어 떠올리는 어릴적 부모님의 걱정어린 손길처럼. 


'모든 낡아가는 것에 바치는 오싹하고 눈부신 찬사'


라는 뒷표지 문구가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빨리빨리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픈 '온다 리쿠'의 정서가 가득 담긴 잔잔한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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