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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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2021년 초판)

저자 - 임태운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5p



SF=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버릴 일상 SF



9명의 SF작가들이 펴낸 앤솔러지 [U, Robot]에서 [무기여 잘 가거라]로 처음 접한 뒤 무려 9년만에 좀비 앤솔러지 [그것들]에서 [백혈]로 처음 만나고, 가장 최근에 [백혈]의 장편 버전인 [화이트 블러드]로 만났던 '임태운'작가의 신작 단편 SF집이 출간됐다. 기존 5편의 단편에 이번 단편집을 위한 신작 한 편을 묶어 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설정만 보아도 유명 SF 명작들을 떠올리게 했던 [화이트 블러드]도 그랬지만 이 단편으로 더욱 확실하게 느낀 것은 작가는 클리셰나 익숙한 소재들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짧은 분량 안에서 뚜렷한 기승전결로 승부를 봐야 하는 단편에서 작가의 이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배경은 SF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일상적이다. 그런데 그런 일상성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녹여내 전혀 예상치 못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1장 가울반점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맛없는 짜장면 집을 수십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옆 가게 백반집 아줌마가 느닷없이 업종을 변경해 짜장면 집을 오픈하고. 예상과 달리 그 짜장면 집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2장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평범하기만 했던 남편의 변화. 아내는 직감한다. 이 남자 바람 났구나 라고....


3장 궁극의 몸(Absolute Body)

화학공장에서 우연한 사고로 화학물질에 노출된 나. 그리고 이후부터 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는데....


4장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행성의 성인식의 법칙은 이렇다. 성인식을 치를 종족들은 정복 할 행성의 종족으로 위장한 뒤. 서로를 찾아내 결투를 벌인다. 최후의 1인이 남는 순간. 성인식은 끝나고, 그 1인이 정복 행성의 왕이 되는 것.


5장 레어템의 보존법칙

실연 당한 뒤. 게임방에 찾아와 50만원을 선결제 하고 죽지 않는 NPC를 두들겨 패는 남자 이야기.


6장 로봇이라서 다행이야 

가까운 미래. 해결되지 않는 왕따의 심각성에 정부에서는 비밀리에 왕따 로봇을 제작하는데...



앞서 언급했지만 단편들을 읽으며 여러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상 떠올린 작품들이 스포나 다름없어 언급하긴 힘들다만 그런거 따질 것 없이 재미있다. 이리저리 꼬지 않아 쉽게 읽히고 웃음기 가득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었고 그렇게 방심한 찰나 느닷없이 감동을 선사하니 필력하나는 인정해야 할듯. 가장 좋았던 건 [가울반점]이다. 영상화 계약이 되어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키득거리며 웃다가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일상 SF라고 볼 수 있다. 타인이 보기에 전혀 위화감 없는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각자의 캐릭터는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다. 외계에서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이라던가, 억겁의 평행우주를 여행한 차원이동자라거나, 미국 정부요원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요주 인물이라던가, 그야말로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던가 말이다. -_-; 독자로서 예상치 못한 의외성이 신선한 충격이자 코믹함으로 다가오는 여섯 편의 이야기였다. 물론 풀어놓은 이야기를 매듭짓기 위해, 의외성을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다만 SF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SF린이라면 부담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SF라는 장르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대중적인 작품집임엔 분명하다. SF라기엔 페이지가 너무나 빨리 넘어갔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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