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주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섭주 (2021년 초판)

저자 - 박해로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3p



잠자던 요물이 깨어났다



단연코 한국 무속 공포 소설의 1인자. '박해로'작가의 공포 신작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됐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시작으로 [신을 받으라][올빼미 눈의 여자]에 이어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섭주]이다. 모든 신들이 외면한 저주받은 땅. 앞선 작품 전반에 걸쳐 무대가 되었던 귀신이 잠들어 있는 가공의 공간 섭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하루 아침에 처참한 시체로 변하는 섭주에서 이번엔 어떤 공포가 찾아올까.



섭주 시 초등학교 교사 강서경. 그녀는 소심하고 폐쇄적인 성격 탓에 동료 교사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여성이다. 서경을 낳은 엄마는 서경을 두고 집을 나가고, 목사인 아버지는 서경과 연을 끊었다. 홀로 외로이 자란 서경에게 폐쇄적 성격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이리라. 하루는 서경의 꿈에 어떤 목소리가 서경을 낳은 어미를 만나고 싶다면 봉평마을 제선당으로 가라 전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봉평마을에서 서경은 꿈에 그리던 어머니 대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커다란 회색뱀과 마주한다. 회색뱀이 서경에게 다가가가려는 찰나. 어디서 나타난 길고양이 때들이 뱀을 공격하고 사투 끝에 뱀은 처참하게 찢어 죽는다. 충격에 휩싸인 서경은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이상한 열병을 앓게 되고. 그녀의 가방에는 생전 처음 보는 점사 방울과 청동 거울이 들어있었다. 그날부터 서경의 소심했던 성격이 차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섭주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간 사이비 밀교를 그렸던 [살], 100년의 시간차를 두고 되살아나려는 저주와 목회자의 사투를 그리는 [신을 받으라], 신통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홀려 욕망을 채우는 올빼미 눈의 무녀를 그린 [올빼미 눈의 여자]. 그리고 이번 [섭주]까지 읽어오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을 느낀다. 조금은 결핍된 삶 탓에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인 주인공이 가공할 만한 힘을 얻게 된 뒤 조금씩 파멸 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주변과 자신까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뒤에야 거짓 된 세치 혀로 이들을 홀리는 악한 무리들의 진짜 민낯을 목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니. 인간의 나약함을 공격하고 꼭두각시로 조종하는 실체 없는 요물들이 섬찟한 공포를 자아낸다. 왕따를 당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던 서경은 확연하게 변화한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게 된다. 귀신에 홀리고 나서야 속엣말을 내뱉는. 참았던 분노를 복수로 되갚는 그녀의 모습이 무서우면서도 시원한 쾌감으로 받아들였다면 본인이 너무 나간 건가...-_-;;;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작가 소개를 보며 모든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일명 '스티븐킹 유니버스'를 만든 '킹'을 따라 '섭주 유니버스'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하긴 도시 자체를 제목으로 걸었으니 그동안의 작품들을 아우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리라. [섭주]의 등장인물들의 비밀들과 기존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 돼있는지 하나 씩 확인하는 재미도 '박해로'작가의 팬이라면 솔솔히 즐길 수 있는 포인트이다. 심지어 작가 본인까지 슬쩍 등장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ㅎㅎㅎ



평범했던 한 여성이 요물에 홀려 처참히 망가지는 과정을 460여 페이지에 수놓는다. 전설 속 사파왕과 우녀의 전설이 21세기 현대에 되살아나 소름끼치는 공포를 선사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묘하게 가벼운 분위기 탓인지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이건 어디까지나 본인 취향탓인듯 싶다.;;;) 막판 요물과 엄청난 신통력을 지닌 무녀의 한 판 승부는 [보기왕이 온다]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하여 한국과 일본의 무속 대결을 비교하게 된다. 



덧붙여 조만간 펀딩이 시작될 학교괴담 앤솔러지 [야간 자유 괴담]에 쓴 본인의 작품 [금기]의 요물이 뱀 요괴인데 [섭주]의 메인 빌런이 뱀 요괴라 더욱 반가웠고 원치 않게도 작가가 그리는 뱀 요괴와 비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역시 요괴 하면 요사스러운 뱀 아니던가! 올여름을 시원하게 책임질 한국 오컬트 호러 대작으로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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