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아이 (2021년 초판)

저자 - 로미 하우스만

역자 - 송경은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48p



작은 오두막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



열쇠 구멍으로 바라본 세상이 전부였던 아이.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바로 이것이다. 더불어 이 한 문장으로 작품 전반에 대한 분위기, 설정, 전개될 이야기 역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유추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감금된 열악한 오두막에서 나고 자라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한 소녀가 겪게 될 혼란. 그리고 지옥의 공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여성의 공포를 말이다. 



대학생이던 레나가 실종된지 14년이 지난 어느 날.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온다. 신원불명의 환자 소식에 레나의 아버지 마티아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있는 여성은 마티아스가 그토록 그리던 딸 레나가 아니었고. 또다시 실망감에 발길을 돌리던 마티아스는 병원 복도에서 레나와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복도에서 마주친 딸은 마티아스의 기억 속 유년시절의 레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작품은 여성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는 납치 감금 범죄를 다루고 있다. 수년 간의 감금과 원치 않는 임신. 열악한 환경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지옥 같은 시간들. 독자는 그녀가 겪었을 고통에 아파하고 탈출했음에도 끝나지 않는 위협 속에서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느 납치 감금 심리 스릴러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사랑하는 아이]라는 제목이 갖는 중의적 의미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 그 끝없는 사랑에 눈이 먼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사랑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딸 레나를 잃고 14년 째 레나를 찾아 헤메이는 마티아스의 사랑. 오두막에 갇혀 히스테릭한 엄마와 폭력적인 아빠의 눈에 들기 위해 스스로 똑똑해질 수 밖에 없었던 소녀 한나의 사랑에 대한 갈구. 완벽한 가정을 꿈꾸며 여성을 납치해 임신시키려는 범인의 비뚤어진 사랑까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보며 그 절박한 마음에 납득하고 안타까움과 탄식을 흘리게 된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사랑을 받아 본적 없는 한나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아팠다. 마치 늑대에게 길러진 늑대소녀를 보는 듯한 소녀의 결핍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더욱 아프게 다가왔고 나아가 반전의 핵심적 캐릭터로 벌이는 행동들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행동으로 고구마 100개 를 먹는 듯 한 심리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은 아이의 시점을 활용하여 가독성이 좋았고 범인의 정체 또한 예상치 못했다. 물론 심리 스릴러 장르의 클리셰들을 이 작품 역시 답습하고 있지만 작품 내내 뿌리는 떡밥들을 결말의 진정한 사랑으로 연결시키는 작가의 장치는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던 이야기로 잔향을 남긴다.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들이는 공만큼 높은 서스펜스를 이어가고 수없이 뿌려 놓은 떡밥들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회수해 간다. 범인의 정체를 가리는 한나의 지능적인 방해공작 속에서 당신은 범인을 맞출 수 있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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