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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2020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5800원
페이지 - 288p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2001년에 나온 단편집이 왜 19년이나 지나서 한국에 나왔는지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다. 다만 20년이 지났는데도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중심 주제로 빚어낸 8편의 단편들은 진정 이 작가에게 한계란 없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정통 미스터리 였다면 이정도의 충격은 받지 않았으리라. 좋아하지만 쉽게 찾아 볼수 없는 바카미스 라는 장르 안에서 이정도의 코믹과 풍자 그리고 충격을 주다니.... 역시.... 명불허전.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1. 세금 대책 살인사건
한 해의 막바지. 작가의 개인 세무사가 작가가 낼 세금 산출표를 가져온다. 이를 본 작가의 아내는 졸도하고, 작가는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사용한 돈을 업무용으로 공제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에 세금 대책 소설을 쓰는데....
2. 이과계 살인사건
이과 대학생이 우연히 집어든 소설 한 권. 하드sf에 버금가는 이공계 지식들이 망라된 추리 소설에 대학생은 빠져들어 가는데....
3.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해결편)
각기 다른 출판사 편집자 4명을 불러들인 인기 작가. 작가는 이들에게 추리 문제를 주고 맞추는 사람에게 신작 장편 원고를 줄거라 말한다. 편집자들은 추리 문제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는데....
4.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엄청난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 추리 작가도 늙고, 독자도 늙었다. 신개념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5. 예고소설 살인사건
추리 소설을 연재중인 작가에게 매스컴이 몰려든다. 잡지가 나오고 2틀 뒤 연재소설의 내용 그대로 실제 살인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연쇄 살인마 덕분에 커다란 인기를 누리는 작가에게 전화 한통이 오는데....
6. 장편소설 살인사건
이제 천장 내외 장편의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두께가 작품성인 시대. 추리작가는 편집자의 요구로 5백매 원고를 3천장으로 늘려 쓰기 시작하는데....
7.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마지막 다섯 장)
편집자의 요구로 밀실살인을 쓰기 시작한 뒤. 마지막 다섯장을 남긴 추리작가의 절체절명의 심정.
8. 독서 기계 살인사건
이것은 근 매래의 일. 서평을 쓰는 것도, 소설을 쓰는 것도 기계에게 맡겨지는 가까운 미래의 일을 그린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황당무계하고 말도 안 되는 트릭을 사용하는 바카미스 장르로 읽힌다. 그중 [이과계]와 [독서 기계]는 SF와 짬뽕되었다. 특히 [이과계]는 하드SF에서 이해 안가는 과학이론을 스킵하는 본인에겐 꽤나 뜨끔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예고 소설]은 단편집중 가장 본격이라 볼 수 있는 단편이다.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역시 [고령화]의 에피소드가 웃프다기 보단 두렵게 다가온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장편소설]은 본인도 글을 쓰면서 한 번쯤 써먹어 봤던 기술이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_-;;; [독서 기계]역시 핵심 단어만 주어지면 단편 소설을 써내는 인공지능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라 웃기면서도 현실적으로 봤달까.
이렇게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코믹함을 깔고 가는데 읽다 보면 뭔가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덧 입혀있어 단순히 웃음으로 소비할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황당무게 한데 그냥 황당만 있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 단편집이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추리 소설을 쓴다고 깝죽대는 일인으로서 이런 기발함과 발칙함, 정교한 짜임새, 간결한 문체까지.... 정말 너무나 닮고 싶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