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
이동륜 지음 / 씨큐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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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 : 이동륜의 SF스냅스릴러 소설집 (2012년 초판)

저자 - 이동륜

출판사 - 씨큐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73p



짧지만 강렬하다



현재 유튜브에서 괴담을 제보받아 컨텐츠로 제작하는 '브레이든의 들리는 책방'을 운영중인 저자 '이동륜'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됐다. 본인은 유튜브를 보지 않는 탓에 '브레이든'이던 '이동륜'이던 처음 접하는데 작품을 소개하는 'SF스냅스릴러 소설집'이라는 문구와 제목 [인간교]에 호기심이 일어 읽게 되었다. 



표제작 [인간교]를 비롯해 1장짜리 초단편까지 다양한 분량과 소재들의 단편 24편이 실려있다. 각 단편의 성격에 따라 2개의 장으로 나누었고 1부는 '미래-휴머니즘 혹은 SF'라는 부제로, 2부는 '현실-호러 혹은 스릴러'를 부제로 나뉜다. 현재 괴담 컨텐츠를 운영중이라서일까. 아니면 원체 이쪽 방면을 좋아해서일까. 미래와 현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각 작품들은 일관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바로 세상과 인간을 향한 냉소적 시선이다. 찝찝하고 불쾌하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노라니 ㅎㅎㅎ 딱 내 스탈의 작품들이 아닌가. ㅋ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을 확장하여 써낸 이야기들은 [환상특급]을 보는 듯 흥미롭게 다가온다. 반면 몇몇 단편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저자의 순수 창작이지만 우연찮게 설정이 겹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에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써낸 오마쥬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작품을 넘어서는 신박함은 주지 못하여 아쉬운 느낌이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단편들을 이야기 해보자면, 표제작 [인간교]는 말 그대로 이다. 먼 미래. 인간은 진즉에 멸종되고 지구상에는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삶을 이어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AI인 탓일까. 그들은 인간이 멸종된 뒤에도 아기 로봇을 데려워 키우고, 로봇끼리 결혼을 하는 듯 인간의 생활약식을 따라하려 한다. 더불어 능력차에 따른 로봇 계급사회가 만연하게 되고, 이에 반기를 든 로봇들은 사이비 종교를 믿으며 혁명을 준비했으니..... 사이비교의 이름은 인간교였으며 교주는 멸종한줄 알았던 인간이었다.



인간과 로봇의 주체가 바뀌었으나 그들이 하는 행동은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가르침을 맹신하는 로봇들의 모습이나 인간과 로봇의 철학적 대화를 보면서 '박성환' 작가의 [레디메이드 보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AI. 인간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 AI. 결말이 아쉽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두번째로 [황야의 5인]은 서부시대에 떨어진 5명의 사람중 정교하게 제작된 로봇을 찾아 죽이면 나머지 4명은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물이다. 뭐랄까 서바이벌 역튜링 테스트랄까. 비슷한 설정으로 '하오징팡'의 [인간의 피안]에 실렸던 단편 [전차 안 인간]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인간을 찾아내 죽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결말이 예상가능하여 아쉬웠다.



세번째는 [유작공장]이다. 신인상을 타고 전도유망했던 작가는 슬럼프에 빠지고 자긴과 같은 상황에서 인기작을 발표하고 다시 상승세를 탄 선배작가가 한 시설을 소개한다. 그렇게 찾아간 시설에서 작가는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이 단편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소설]에 실린 첫번째 단편 [글 쓰는 기계]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런 류의 설정은 누구나 떠올릴 만한 설정이라 괜찮았는데, 바로 다음 만난 작품 [목격자]에서 고개를 갸웃 하게 된다. -_-



[목격자]는 화자가 2층에서 한 여인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담을 타고 넘어 집안에 들어가지만 살인자에게 발각되 머리에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이후 시점이 바뀌어 경찰이 집에 찾아오고, 살인마였던 남자는 경찰을 집으로 들이는데...... 이건 그냥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기억이 가물하여 [검은 고양이]가 3인칭인지, 1인칭인지는 모르겠다만.... 작가로서 '포'의 오마쥬라 생각하지만 새로움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이렇게 쓰니 별로인것 같은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몇 작품은 아쉬웠지만 몇몇 작품은 놀랄만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익숙한 설정의 작품은 기존 설정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주었고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도 매력적이었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불행'하게 끝나버리기 때문에 좋았다. ㅎㅎㅎ 해피엔딩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지. ㅋㅋㅋㅋ 본인 역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추구하고 쓰고싶어 하는 스타일의 글이었다. 하여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분량에 구애되지 않고 일단 써야 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작품집이었다. 익숙한 설정에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말은 본인이 원고를 보여주었던 지인에게 들었던 말인데, 그 말을 내가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역시 난 이런 스타일이 좋다. 



짧지만 강렬한 악몽 같은 이야기. 공포, 미스터리, SF, 호러, 단편, 엽편, 초단편 등등 전 장르를 망라한다. 다크다크한 취향의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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