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강머리 앤 (2020년 초판)

저자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삽화 - 설찌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51p



아련한 기억속의 그 작품



'빨강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 머리 앤 우리에 친구~'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한 유년시절 즐겨봤던 만화영화 [빨강 머리 앤]의 원작소설이다. 일본 원작 만화가 1979년에 방영 됐으니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ㄷㄷㄷ 최근에(이라지만 몇 년 전) EBS에서 다시 방영해서 반가웠던 기억이 나는.... 만화로만 봤던 그 원작 소설을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접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펼쳐지는 앤 셜리의 조잘대는 모습들이 오래전 만화영화속 장면들과 오버랩 되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었다. ㅠ_ㅠ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천방지축 말괄량이면서도 당차고 할말은 하고야 마는가 하면 사소한 일에도 상처입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여리디 여린 감수성 풍부한 소녀 앤 셜리를 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딸아이를 생각했다. 조울증에 가까울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감정변화와 다분히 연극적으로 보이는 과잉 감정들은 딱 우리 둘째 딸의 행동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ㅎㅎㅎ 뭐랄까.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바라보는 눈에 딸의 모습을 대비하여 앤 셜리를 바라보게 만든달까. 묘하게 감정이입 되는 건 내가 아버지가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초반 줄거리는 만화장면이 선하게 떠오를 정도로 흡사하다. 

과묵한 매슈 아저씨는 농사일을 도울 남자 고아를 들이려 하지만 아이를 데리러 마중간 기차 역에는 남자 아이 대신 새빨간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소녀가 앉아 있다. 그냥 돌려 보낼 수 없었던 매슈 아저씨는 그렇게 앤을 마차에 태워 초록 지붕 집으로 데려가고, 이를 본 마릴라 아줌마는 황당해 한다. 앤은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 아이라는 걸 깨닫고 크나큰 실망과 좌절에 속사포 같은 하소연과 눈물을 쏟아낸다. 마릴라는 앤을 다시 돌려보내려 하지만 야물딱지고 맹랑한 앤 셜리의 매력에 어느새 빠져드는데.......



사실 만화를 완결까지 보진 못했기에 초반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원작 소설로 그 궁금증을 떨쳐낼 수 있었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앤이 아슬아슬 지붕위를 걸어야 했던 이유를, 물이 줄줄 새는 보트를 타고 강 한가데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에피소드를 볼 수 없었으리라. 더불어 마릴라의 브로치를 훔친 도둑으로 몰리는 에피소드는 앤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어렵고 험하게 자라왔지만 자신을 거둬준 마릴라와 매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앤의 마음은 그녀의 행보를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쉴새 없이 떠들어 대는 앤의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세월은 책속에서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언제나 말괄량이 소녀였던 앤도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경험을 겪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서서히 성장해 간다. 그렇다. 성인이 되는 것이다. 초록 지붕 집에서의 16년의 시간들. 당연하게도 매슈와 마릴라도 앤과의 추억 만큼 나이를 먹어간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남 뒤엔 필연적인 헤어짐이 오는 것이니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을을 떠나려 하는 앤과 노인이 되버린 매슈와 마릴라. 그리고 앤의 결단. 내 아이들 역시 언젠간 내 품을 떠날 것이기에 대견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청소년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고 다시 보는 [빨강 머리 앤]은 그때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감정을 불어 넣는다. 그래서 명작은 세월의 영향을 타지 않고 명작이라 불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물론 딸아이에게도 꼭 추천할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