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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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2020년 초판)

저자 - 우사미 마코토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5500원

페이지 - 419p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치명적 독



우연히 만난 두 여성. 

이 우연한 만남이 초래할 결말은....

악연인가?

운명인가?



국내 두 번째로 소개되는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이 블루홀6에서 출간됐다. 앞서 소개된 작품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에서 호러와 환상을 넘나드는 유려한 문체로 미스터리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데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느 몰락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선량했던 이들이 원치 않는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숨막히는 압박속에 그려낸다. 고로 이번 작품은 치밀한 내면심리와 섬세한 복선을 겸비한 미스터리 작품이랄까.



서른 남짓의 요코. 동생의 가게 어려움에 빚보증까지 서며 돈을 구해주지만 결국 동생의 가게는 파산한다. 몰락한 동생 내외는 자살하고, 그녀에게 남겨진 건 막대한 사채 빚과 동생 내외가 키우던 다섯살 남짓한 실어증 조카 다쓰야 뿐. 사채업자의 등살에 다쓰야를 데리고 야반도주한 요코는 우연히 직업소개소에서 자신의 또래 여성인 기미를 만난다. 같은 직장을 구하는 처지에 둘은 친해지고, 기미로 부터 입식 가정부 일을 소개받는 요코는 그길로 건실한 사업체를 거느린 주택의 가정부로 들어간다. 퇴직한 노년의 선생님. 그리고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의 아들. 여기에 가정부 요코와 말못하는 다쓰야까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구성원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데.....



일단 작품의 시점은 3부분으로 나뉜다. 


몰락한 탄광촌에서 갱도 폭발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미쳐버린 아버지와 집나간 엄마 대신 3명의 동생을 보살피는 소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잔혹한 인생을 그리는 1966년.

요코가 가정부로 들어가 다쓰야와 주인집 가족들과 함께 생활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1985년.

마지막으로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는 요코의 모습을 그리는 2015년 까지......


이 세가지 시점이 교차되면서 두 여인 요코와 기미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충격적 전말을 맞게 된다. 작품을 읽으며 환경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선량했던 그녀가 어둠에 젖을 수 밖에 없었던 끔찍한 현실들. 사채업자를 피해 꿈을 포기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는 그녀의 현실. 타개할 수 없는 좌절속에, 희망 없는 하루 하루의 반복속에 오로지 살기 위해 죄를 짓는 그녀를 우리는 과연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실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그려내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만든다. 두 여성의 심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양파 껍질 벗겨내듯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독하던지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역시 뛰어난 필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탄광촌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다. 몰락한 탄광촌을 배경으로하는 작품을 종종 보게 되는데 '미쓰다 신조'의 [검은 얼굴의 여우]의 경우 일제 치하 당시의 몰락한 탄광촌을 그리고 있어 비슷한 느낌이들었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궁핍했던 탄광촌의 묘사에서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 두 작품보다 [어리석은 자의 독]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단연코 가장 최악이리라.



하여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저지른 죄의 무게에 갇혀 또다른 죄를 짓는 벗을 수 없는 굴레. 끝없는 몰락에 읽는이까지 암울해지는 중독적 이야미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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