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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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2020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44p



과거의 추억이 보정을 벗을 때



때때로 타인의 생각없는 행동, 말 한마디가 가슴의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있다. 비단 살아가면서 나만 상처 받았을리는 만무하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겠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던가. 그런데 그런 감정을, 상처를 그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주변인들의 시선도 있고,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이 그런 것을 집고 넘어가는 게 웬지 속좁아 보이기도 하고, 여튼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냥 묻고 넘어가는 수가 많을텐데....



만약.... 누군가. 예를들어 친구라던가, 은사, 혹은 동창이 나의 무심한 행동에서 비롯된 상처를 가슴에 담아둔 채로 기나긴 시간이 지난 뒤 재회한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그 감정을 내 앞에서 마치 어제의 일인양 거침없이 쏟아낸다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생경하고 난처한 감정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던가?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았단 말인가?' 분명 남들처럼 평범한 보통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내게....



너무나 예민한 상대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심했던 그때의 내 행동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에는 읽고 있는 것만으로 아찔하고 불편해지는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 동기 나베의 신부

대학 합창단에서 여자 동기들의 사랑을 받았던 남자 동기 나베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졸업한 합창단 동기들은 나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갖는다. 나베는 결혼예정인 신부와 함께 동기들을 만나는데, 단원들은 언제나 친근하고 자상했던 나베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름을 느끼는데....


2. 돋보이지 않는 아이

인기 그룹의 맴버로 인기몰이를 하는 보이 그룹의 소년이 방송 때문에 중학교 모교를 찾는다. 미술선생 마쓰오는 소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소년의 동생을 담임으로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린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소 평범했던, 돋보이지 않았던 아이. 그랬던 소년이 눈부시게 성장한 모습에 감회가 새로운데, 방송을 마친 소년이 마쓰오를 직접 찾아와 독대를 신청하는데.....


3. 엄마, 어머니

친구의 집에 방문한 나는 탁상위에 놓인 사진 한장을 주목한다. 연보라빛 기모노를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친구의 사진. 친구는 나의 시선을 보며 사진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인식 때 입었던 기모노는 사실 연보라빛이 아니었다고....


4. 사호와 유카리

학창시절 영혼을 본다며 거짓말을 늘어놓던 아이 유카리는 성인이 되어 유명한 학원 원장으로 성공한다. 그런 유카리와 동창이었던 사호는 잡지기자로서 유카리에게 인터뷰를 신청한다. 마침내 인터뷰 승낙 연락이 오고, 사호는 유카리와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한다. 인기있었던 사호와 음침하고 소심했던 유카리. 그리고 그 둘이 마주하는데.....



첫번째 단편은 여초그룹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너무나 리얼하고 여성들의 생리를 관통하는 단편이라 놀라웠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장관리에 지친 물고기의 홀로서기랄까....-_- 그 물고기의 심정이 너무나 와닿았고 달라진 물고기의 모습을 안주거리 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불편했다.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이런 미묘한 감정선을 캐치하고 살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인데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어색하고 난처한 어긋난 만남들이 이어진다. 여기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간의 만남은 그냥 안맞는거다. 꼭 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들정도로 안맞는 악연. 평생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하게 되는 그런 만남들 말이다.  



이 단편집을 굳이 정의하자면 잔잔한 이야미스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일 때문에 상대의 적의를 그대로 당해야만 하는 그런 불편한 자리. 하지만....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불편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또 불편해지는 작품. 그럼에도 '츠지무라 미즈키'의 현실적 감성이 비수 같은 공감으로 가슴에 내리 꽂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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