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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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2020년 초판)

저자 - 아사쿠라 아키나리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흘루홀식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5p



교실이 혼자가 될 때, 비로소 적막한 평화가 찾아온다



복선의 마술사. 학원 초능력 미스터리, 본격 청춘 미스터리. 책 표지를 장식하는 문구만으로도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다. 학생들간의 피튀기는 초능력 배틀을 상상했던 것도 사실이거니와 어디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 가장 근접한 설정 내에서 생각지 못한 트릭을 보여주는 본격의 장르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초능력이란 설정은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을듯 하면서도 이질적인 두 요소를 성공적으로 녹여냈을 때 갖게 될 시너지는 몇 배이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사립 기타카에데 고등학교에 이해할 수 없는 유서를 남긴 뒤 2학년 학생 세 명이 연이어 자살한다. 이후 등교를 거부하는 미즈키의 집에 찾아간 가키우치는 미즈키로 부터 놀라운 말을 듣는다. 앞선 3명의 학생은 자살이 아니라 사신으로 부터 살해당했다는 것과 다음 타깃은 미즈키 자신 아니면 야마기리 코즈에라는 것. 이에 겁을 집어먹은 미즈키는 다음날 부터 등교거부를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너무나 황당무게한 말에 가키우치는 미즈키의 말을 믿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러나 얼마 안가 미즈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키우치에게 온 한 통의 편지로 인하여.....



초능력 물이라고는 하지만 텔레파시나 염력 혹은 정신 지배등으로 무장한 하이퍼 에스퍼물은 아니다. 그렇다면 본격으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어려울테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본격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제한과 규칙이 따르게 된다. 당연히 초능력의 발동에도 일종의 규칙과 발동조건이 필수여야 한다는 말이다.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사립 기타케에데 학교의 초능력자는 단 4명이다. 물론 능력은 각기 다르고 발동 조건 역시 각기 다르다. 중요한 것은 초능력의 발동조건이 타인에게 발각될 시 그 사람의 초능력은 해제된다. 이후 발동조건이 발각되던, 혹은 학생이 죽거나, 졸업하게 되어 초능력이 해재되면 그 능력은 다른 학생에게 이관된다. 때에 따라 어떤 초능력은 같은 사람에게 3회밖에 쓸수 없는 제한이 걸리기도 한다.



ㅋㅋㅋ 사실 이런 여러 제한을 숙지하면서 작품을 읽어나간다는 게 번거롭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허나 의외로 간단하게, 생각보다 속도감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결국은 자살을 유도하는 초능력자 '사신'을 막기위한 나머지 능력자들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신'의 정체 역시 생각보다 이른 백페이지 정도에서 밝혀진다. 사실 '사신'이 누군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녀의 능력의 비밀. 그리고 발동조건을 알아 내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판에 이르러서 초능력의 비밀이 간파되는 순간. '복선의 마술사'라는 수식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앞 서 그냥 흘려보냈던 수많은 행동들과 대화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그림이 되는 순간 느끼게 되는 전율의 카타르시스. 이것이 작가의 숨겨진 초능력이구나!! 떡밥의 마술사였구나! 



더불어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라는 제목의 의미와 '사신'의 처형의 이유가 절묘하게 관통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학교의 의미를 되세기게 된다. 학교 생활을 안해본 사람은 극 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아무리 외적으로 인싸라도 내면에 아싸 기질이 없는 사람 또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없을지니 이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스쿨 카스트'(일본 신조어로 학급 내 인기여하에 따라 나뉘는 계급 제도)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모두가 웃고 떠들고 즐거운 학교생활.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어둠이 본인의 학창시절과 맞물리면서 꽤나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작품이랄까. 결국 남을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는 무한 경쟁사회지만 그럼에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 세상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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