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2020년 초판)

저자 - 나카타 에이이치(오츠이치)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95p



눈을 감고 그려봐 너와 나의 미래를....



요즘들어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넷플릭스로 개봉한 스릴러 영화 [콜]의 반응이 뜨겁다. 본인도 영화를 지켜본 1인으로서 작품의 헛점은 차치하고서라도 2시간이 순삭될 정도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켜본 것 같다. 우연히 연결된 전화 한통으로 과거를 바꾸고 나아가 현재와 미래를 바꾸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콜]의 정식 서비스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흥미로운 SF 소설 한 권이 출간됐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 역시 과거로 돌아간 남자가 겪게 되는 기막힌 이야기를 담아 낸다. 



정거장을 지나친 버스는 절대 되돌아오지 못한다.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가공의 세계인 픽션이다. 결국 대중들은 불가능한 현실을 뼈저리게 직시하고 있기에 이런 가공의 이야기에 빠져드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시간여행물에는 여러 하위장르가 존재한다. 그중 이 작품의 장르인 타임리프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 또는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예측치 못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대다수 SF팬들은 이런말을 하곤 한다. 시간여행물 장르라는 것 만으로도 기본 이상의 재미는 보장한다고. 더불어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 작품의 작가 '나카타 에이이치'이다. 알만한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다. 천재작가 '오츠이치'의 또다른 필명이 '나카타 에이이치'임을 말이다. 



자, 정리하자면 아무리 구멍투성이의 설정이라도 재미있는 시간여행 장르 더하기, 써내는 작품마다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고 높은 완성도를 끌어내는 천재작가 '오츠이치'가 써낸 작품. 그렇다면 결론은 뭐다? 끝내주는 작품이 나왔다는 말이다. ㅎㅎㅎ



[2019년]

인적이 드문 벤치에 앉아있던 가바타 렌지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제 곧 자신의 뒷통수를 강타해 정신을 잃게 할 3인조 강도가 나타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렌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받게될 머리의 충격보다 이제 눈을 뜨게 될 곳에서 해야할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1999년] 

11살의 가바타 렌지는 야구시합중 상대가 던진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다음날. 렌지는 집 자기방에서 눈을 떴다. 일요일 오전 10시 50분. 렌지는 벌떡 일어나 엄마의 장지갑을 훔쳐 그대로 집을 나왔다. 갑작스러운 렌지의 행동에 가족들은 의아해 했다. 렌지는 개의치 않고 택시를 잡아 탔다. 미래 렌지와 결혼하게 될 8살의 소녀를 만나기 위해서.....



작품에서 그리는 타임리프는 의식의 교환이다. 작품속 렌지의 설명을 빌리자면 렌지의 인생 시간선에서 특정 시간대에 동시에 받은 충격으로 의식이 원래의 육신을 튀어나와 서로 교차됐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2019년의 의식과 1999년의 의식이 체인지 됐다는 말이다. 딱 이 설정만을 놓고 봤을때 초대박을 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떠오른다. 애니와 달리 타인이 아닌 본인의 의식이 바뀌는 점을 제외한다면 갑작스럽게 서른 살의 몸으로 들어가버린 열한살 소년의 낯설음. 열한살 소년의 몸으로 들어간 서른살의 신체적 리스크 등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해버린다. 



앞서 말했지만 '나카타 에이이치'는 '오츠이치'가 주로 연애물을 쓸때 사용하는 필명이다. 이 작품도 굳이 따지자면 SF 청춘 로맨스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통한 기상천외한 연애로만 볼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약혼녀 니시조노 코하루가 겪었던 일가족 살인사건이다. 1999년 벌어졌던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 당연하지만 범인은 2019년에 와서도 잡아내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미스터리의 묘미도 갖고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작품의 대전제는 이렇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해도 이미 결정된 미래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 이 전제는 작품속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실존 SF소설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의 설정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은 본인도 알고, 작가도 알고, 독자도 알고, 하늘도 아는 것이리라. ㅎㅎㅎ 관측된, 결정된 미래가 변화되는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미래가 쓰여지는 순간이 이 타임리프물의 진정한 재미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시간여행물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과 인과관계가 톱니바퀴처럼 재대로 맞물려야 하기에 상당히 구상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하여 어느정도의 헛점은 독자들이 스스로 눈감아 주기도 할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연애와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없이 시간여행물로서의 인과를 납득시켜 준다. 머리가 터질정도로 복잡하게 꼬지 않고 시간여행물의 초보라도 누구나 즐길수 있는 점. 극강의 가독성.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마무리까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해쳐나갈 용기를 주는 작품이랄까. '오츠이치'만의 극강의 치유계에 해당되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직접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영화사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고 시나리오를 소설로 수정하여 이렇게 소설로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소설로 출간됐지만 영상화의 기회가 완전히 엎어졌다고는 할 수 없는것이고 감독으로서 평가는 박하게 받았지만 호러 영화 [시라이상]으로 메가폰도 잡아봤으니, 언젠가 작가의 바램대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누가알겠는가. 호러 보다 치유계 감성 영화가 더 적성에 맞을는지 말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밤.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 처럼 따스한 봄을 기다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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