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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피플 ㅣ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평점 :
언노운 피플 (2020년 초판)_케이스릴러 시리즈
저자 - 김나영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9p
아이가 사라졌다
사랑하던 남편이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적 설정에 아내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인상적이었던 [붉은 열대어]의 작가 '김나영'이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인 여성이 아이를 잃고 그 충격으로 무너져 내려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면서 아이의 행방과 아이를 유괴한 범인의 정체를 통해 적지않은 충격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남편과 이혼 후 어린 수아와 함께 미국으로 훌쩍 떠난 은수는 갑자기 발병한 몽유병 때문에 도망치듯 귀국한다. 그런데 타지 생활에서 은수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친정엄마는 은수의 귀국과 동시에 연락이 끊어져버리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수아가 사라져 버린다. 한국에 와서도 몽유병 때문에 혼란을 겪었던 은수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아이를 잊어버린 것에 죄책감을 갖고 경찰을 찾아간다. 경찰서를 한바탕 뒤집던 은수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화. 친정엄마였고 자신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 은수는 얼이 빠진 채 경찰서를 나온다. 하지만 이후로 다시 엄마와의 연락은 끊어져 버리고, 3년만에 다시 만난 전 남편은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은 전한다.
"무슨소리야? 당신 어머님은 당신이 낸 사고 때문에 식물인간이 돼셨잖아!"
3년간의 미국생활에서 은수와 통화를 했던 '엄마'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몽유병 속에서 계속되는 이상행동. 불분명한 과거의 기억들.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자신을 봤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그리고 잃어버린 딸 수아까지. 거의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은수는 무너져가는 정신에서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사건의 진상을 숨긴 채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시간대를 달리하는 최소 3가지 이상의 사건을 복합적으로 배치하여 반전의 충격을 꾀하려 한다. 정신이 나가버린 은수에 오토바이 배달부 석진, 의안을 낀 미스터리한 여성 태은과 소희, 다혜, 정금, 재호까지. 정말로 제목 그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진실이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은수의 잃어버린 기억? 혹은 그녀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심이긴 하지만 부가적 설정들을 살펴보면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 떠오르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중반 이후부터 어느정도 이야기의 그림이 그려지긴 하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목적을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언노운 피플]의 모습은 충분히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러모로 흥미롭게 읽었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은수의 몽유병과 기억상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점을 꼽고 싶다. 본인이 납득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면 전작 [붉은 열대어]에서도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리는 설정이니 작가는 주인공의 혼란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장치로 기억상실을 즐겨 사용하는 듯 하다.
사실 작품을 읽기에 앞서 별 생각없이 표지 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다가 어이없게도 이 작품에 대한 스포를 당했다. -_-;;;; 헐헐헐....혹시라도 스포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작가 소개는 건너뛰기를 바라면서 평생토록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무서운 사람들의 이야기 [언노운 피플]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