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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정명섭 지음 / 북오션 / 2020년 11월
평점 :
추락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95p
숨 쉴틈 없이 몰아치는 72시간의 폭주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정명섭'작가의 오래간만의 장편 현대물이 출간됐다. 그동안 앤솔러지 단편이나 시대물로 만나오다 이렇게 현대가 배경인 스릴러 장편으로 만나니 뭔가 또 새로운 느낌이든다. ㅎㅎ 지난주 독립서점 '허송세월'에서 진행하는 장르스테이지의 호스트로 '정명섭'작가님이 선정되어 작가님이 직접 천안 '허송세월'에 오셔서 이 [추락]을 집필 당시나 작품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동안 나눴다. 물론 천부적인 이야기꾼, 재담꾼 답게 시간은 순삭으로 지나갔고 돌아오는 이번주 '정명섭' 작가님과 함께 [추락]에 대한 북토크를 위해 작품을 읽었다.
일단 작품의 장르인 스릴러 게다가 하드보일드 스릴러 답게 작품 전반에 펼쳐지는 속도감과 처절한 액션은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와 더불어 페이지를 넘기는 페이지터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 사내가 겪는 72시간의 기묘한 함정 이야기'라는 부제와 작품의 제목 [추락]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함정에 빠져버린 주인공의 72시간 동안의 고군분투. 과연 주인공은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왕년에 잘나가던 영화배우 강형모는 연이은 사업실패와 스캔들로 모아둔돈 다 털리고 달랑 자존심 하나 남은 패배자이다. 그런 그가 온갖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 있었으니 부동산 부자라고 소문난 서미진이다. 어떻게든 서미진의 돈을 뜯어내려던 강형모는 서미진에게서 카톡 메시지 한 통을 받는다. 딸과 아들과 함께 경주로 가족 여행을 가려고 하니 집에서 캐리어를 갖고 새로 계약하려는 상가건물로 가져오라는 내용이었다. 강형모는 이젠 가방심부름까지 시킨다며 이를 갈면서도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직접 아파트로 찾아간다. 빈 집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3개의 대형 캐리어. 강형모는 낑낑거리며 그 캐리어를 차에 싣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3개의 캐리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캐리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책의 뒷표지에 떡하니 쓰여있으니 시원하게 말하자면.....구겨진 서미진과 그녀의 대학생 딸. 그리고 아들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결국 졸지에 강형모가 일가족 살인범의 누명을 쓸 판인 것이다. 강형모는 머리를 굴린다. 서미진을 죽인자가 누구일지를,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자가 누구일지를..... 강형모에게 남은 시간은 72시간.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면 사라져 버린 서미진을 이상하게 여기는 주변인들이 나타날 것이니. 그 안에 진범을 붙잡아야 하는 것. 마약으로 감방도 가봤고, 사기도 쳐봤으며, 조폭과도 얽혀 있는 시궁창 인생 강형모에게 진범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시간이 없으니 그냥 의심되는 놈을 찾아가 두들겨 패고 증거를 캐는 것이다.
폭주기관차 처럼 거침없이 달려드는 강형모의 행동에서, 피가 튀고 폭력이 난무하는 거침없는 액션에서 짜릿한 하드보일드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런 스릴러의 생명은 속도감이라 생각하는데, 손에 잡힐 듯한 세밀한 액션 묘사와 두려움과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강형모의 심리묘사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하여 끝까지 질주하는 속도감을 느끼게 만든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 뒤집히는 수수께끼 같은 진범의 정체는 이 작품이 단순히 스릴만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강형모의 결말과 더불어 반전의 묘미를 위해 작가가 얼마나 고심했을지를 가늠케 한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까지 거의 십년의 시간을 들였다고 하는데 여러 고심의 흔적들과 들인 노력이 선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끝인줄 알면서도 절망을 향해, 지옥을 향해 내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록 강형모는 추락하지만 이 작품은 하늘높이 비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ㅎㅎㅎ 이것으로 내일 북토크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