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2020년 가제본)

저자 - 아키요시 리카코

역자 - 김현화

출판사 - 마시멜로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02p



남김 없이 태워버린다




'철천지 원수와의 결혼생활.' 그것이 출판사에서 공개한 이 작품의 유일한 정보였다. 아. 제목도 공개했구나.... 좌우간, 출판사에서 저자를 숨기며 블라인드 서평단을 모집했고 단순히 이 한마디에 흥미가 동하여 응모했다. 이윽고 며칠 뒤에 책이 왔다. 가제본 표지에 박힌 저자의 이름을 본 순간 응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모][절대정의]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서술트릭 [성모]와 본인에게 이야미스의 대표로 각인 된 [절대정의]에 이어 이번 작품은 과연 어떤 트릭으로 놀라움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앞섰다. 



미모의 에리와 명망 높은 출장의사 히데오는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이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의 히데오는 아내 에리를 더 없이 사랑하고, 에리는 매일 출근하는 히데오를 위해 한번도 빠짐없이 직접 아침을 차려준다. 다툼 한 번 없이 평온한 이상적인 부부. 그러나 한꺼풀 벗겨내면 더 없는 증오와 의심으로 점철된 이상한 부부였다.


사키코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다다토키와 결혼 후 수년 동안 행복한 부부생활을 해온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로부터 비보를 듣는다. 출근한 남편 다다토키가 근교 아파트에서 추락사 했다는 것.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사키코는 남편의 시신을 보고서야 남편이 죽었음을 납득한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어지는 경찰의 말은 더욱 사키코를 충격으로 몰아 넣는다. 남편이 사기로 사람들의 돈을 취득했으며 남편의 사고 현장에 사기 피해자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본듯한 익숙한 설정이다. 복수에 눈이 먼 사키코가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는 과정 역시 다른 미스터리에서 봤음직한 장면이기도 하여 참신한 새로움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으로 승부한다면 '아키요시 리카코'의 이름값이 아깝지 않겠는가. -_- 



본인이 이 작품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식 막장을 만났을때.' 설령 도입부와 전개 과정이 클리셰일지언정 주인공 사키코의 내면의 변화와 심리는 몸서리 처질 정도로 와닿는다. 막장인줄 알면서 그것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이랄까. 의심과 의혹, 증오와 살의....그리고 서서히 변해가는 마음......아...그 변화를 독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작가는 그렇게 사키코라는 캐릭터에 공을 들인건지도 모르겠다. 



앞서 예상되는 전개는 결국 예상치 못한 결말을 위한 복선이자 맥거핀으로 봐야 할것 같다. 마지막 결말의 반전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인물들의 갈등이 끝도 없이 고조되고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끊어지는 순간. 난데없이 폭로되는 진실은 아무리 막장이지만 이 작품이 미스터리임을 외치고 있는듯 했다. 사실 예상가능했다고 큰소리 뻥뻥 쳐댔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독파해버렸다. 어제 백페이지 가량 읽고 오늘 이어서 잡고 그대로 끝까지 다 읽어 버렸으니 이정도 가독성과 몰입감이면 근래 읽었던 작품중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의 작품인듯. 



원래 작가의 성향이 본인의 취향과 잘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뭣보다 캐릭터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드라마성이 좋았던 작품같다. 뜨겁게 내리쬐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부글부글 타오르는 한 여성의 비극적 복수. 이제 찬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을 잊게 만들 정도로 독자들을 달궈주기에 충분하다.



아직 책이 등록되지 않았지만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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