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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2020년 초판)
저자 - 스튜어트 터튼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책세상
정가 - 17800원
페이지 - 654p
한순간도 놓치지 마라. 쉴틈없이 반전이 펼쳐진다.
평소 벽돌책은 선호하지 않는다. 읽기도 전에 육중한 두깨에 짓눌려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이 만났다'
'장르를 오가는 블록버스터급 SF 미스터리'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문구에 혹하는 경우는 수없이 경험했음에도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깨어날때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미스터리한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 그래. 여덟명의 시선에서 사건을 봐야 한다면 이,삼백페이지로는 담아낼 수 없지 않겠는가.....
규칙1. 에블린 하드캐슬을 죽인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라.
규칙2. 기회는 여덟번. 8일의 시간. 한 명의 호스트를 하루동안 빙의할 수 있다.
규칙3. 살인마를 찾아 내려는 두 명의 경쟁자도 잊지 말도록.
규칙4. 8일 내에 살인마를 찾아내지 못하면 모든 것은 리셋된다. 기억과 시간 모두가....
몰락한 귀족가문 하드캐슬 가족은 블랙히스에서 가장무도회를 연다. 무도회에 초대된 여러 게스트들과 하인들은 무도회 준비로 여념이 없다. 이윽고 무도회가 열리고 하드캐슬가의 장자 마이클 하드캐슬은 초대된 손님들에게 깜짝 발표를 한다. 마이클의 누이 에블린 하드캐슬과 부유한 은행가 레이븐코트 경의 결혼발표를 말이다. 시간은 흘러 11시가 되고, 홀로 자리를 비운 에블린은 연못가에서 자신의 복부에 권총 총구를 들이박고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에블린. 충격을 받고 에블린을 향해 달려가는 동생 마이클.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하는 게스트들......
자 게임은 시작됐다.
에블린의 살인마를 찾기 위해 게스트의 몸에서 여덟번의 하루를 시작하는 에이든 비숍은 과연 끝없는 루프의 연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끝없이 하루가 반복된느 코믹SF영화 [사랑의 블랙홀]에 미스터리를 섞어내면 이런 작품이 되는 걸까. 거기에 타인의 몸을 빌리는 빙의를 끼얹으니 한번도 접해본적 없는 하이브리드 SF 미스터리가 탄생한다. 원래의 몸주 호스트의 기억과 신체적 특성을 이어받으면서 살인마를 찾아야 하는 혼령(?) 에이든 비숍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장면들을 도출한다. 육중한 몸집을 가진 자에게선 숨이 차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신체적 리스크가 벌어지고, 노쇄한 노인의 몸에서는 머리가 잘 돌지 않아 생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여덟명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비숍의 고군분투는 사건을 더욱 미스터리하 끌어가는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히 살인마만 찾으면 되는 설정은 아니다. 빙의된 호스트들을 찾아내 목을 따버리는 미치광이 살인마 풋맨의 존재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한때는 동료, 한때는 배신자로 아리까리하게 만드는 경쟁자 애나도 이야기의 극적 반전을 야기한다. 더불어 호스트 한 사람의 하루를 쭈욱 전개하는 구조라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미치도록 엇갈리는 시간선과 호스트와 호스트들이 겹치며 만들어 나가는 이벤트들. 그리고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후반부에야 비로소 퍼즐처럼 짜맞춰 지는 과정은 실로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 물론 마지막 반전의 결말 또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망의 반전이니....
이토록 복잡한 플롯을 대체 어떻게 짜낸건지 놀랍기만 하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너무 복잡하다. ㅠ_ㅠ 앞선 상황들이 후반부 반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잠시만 한 눈 팔아도 스토리를 따라잡기가 힘들 것이다. 결국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것인데, 이거 읽고 나면 기가 빨리는 기분이랄까...헐헐헐.... 사람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듯 하다. 어쨌던 놀라운 작품임에는 분명하니. 흥미가 동한다면 도전해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