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시명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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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탐정 마환 (2020년 초판)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74p



아버지와 아들, 부정



추리(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와 아동 경제소설(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 에세이(혼자는 천직입니다만) 등 장르 불문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작가 '양수련'의 신작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됐다. 그렇다. 국내 추리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몽실복스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이니 이번 작가의 신작은 추리 장르다. 더군다나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안겨줬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잇는 속편 격의 작품이라 출간전부터 이번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생전의 기억을 잃고 커피향을 음미하며 카페에 붙어있는 커피 유령 할의 기원.

어린시절 집을 나와 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바리스타 탐정 마환의 이야기.

여기에 노비의 신분으로 아들을 위해 그린 열두폭 평생도의 비밀이 어우러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두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와 용서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날 카페 할을 찾아온 남자는 바리스타 탐정 마환에게 조선말기 노비가 그린 평생도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전한다. 평생도가 몇 폭인지, 어떻게 생긴 그림인지도 모르지만 이미 거액의 착수금을 받은 환은 남자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조사에 착수한다. 조선시대 민화라는 것 하나로 탱화를 그리는 스님, 황학동 골동품 수집가 등 평생도를 알만한 사람들과 만나 조사를 하면서 환은 이 평생도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며 그림이 갖고 있는 의미와 그림에 투영된 사람들의 욕망을 알아챈다. 환의 끈질긴 노력으로 서서히 평생도에 근접해가지만 평생도와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하는데.....



죽은 아들의 영화로운 일생을 바라며 자신의 영혼을 깎아 그려낸 평생도가 불러온 기적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탐욕과 욕망이 어지럽게 혼재되어 작금의 혼탁한 세상을 비춰낸다. 작품에서는 조선시대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노비 말복과 아들 재령, 현재에서는 가족과 연을 끊고 사는 마환과 그의 아버지 마선명 박사. 두 부자의 관계를 그려가며 자식을 아끼지만 그 마음을 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마음을 단 1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마음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이지만 작품속 노비 말복과 마선명 박사는 내가 알고 있던 나의 아버지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민화라는 매개체로 부정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저 푸근하기만 한 모정과는 달리 조금은 서먹하고 츤데레 넘치는 그 부정을 말이다. ㅎㅎㅎ



어찌됐던, 사람들은 연이어 죽어나가고, 범인의 윤곽이 드러날즈음 유령이 된 할의 기구한 사연과 외톨이로 고독했던 꼬마 환과 할이 만나게되는 숨겨진 사연이 건조했던 가슴을 촉촉히 적셔낸다. 냉혈한의 잔혹한 범죄가 주를 이루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단단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감정을 움직이는 힐링 코지 미스터리였다.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의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 메마른 세상에서 잠시나마 잔잔한 감성에 젖어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사 팩션적 요소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녹아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미스터리로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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