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수상한 서재 3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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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2020년 초판)

저자 - 하승민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505p



콘크리트 처럼 단단한 피부 아래 숨겨진 추악한 민낯



출판사 설명에 의하면 편집부에 쌓인 수많은 원고중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탄성을 자아내는 창작 작품을 선별하여 출간한다는 황가의 수상한 서재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2018년 [암보스]와 [이계리 판타지] 이후로 2년만의 작품이니 이 시리즈가 얼마나 높은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 엄선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암보스]를 인상깊게 봤었던 1인으로 이번 작품 [콘크리트]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댄서를 지망했던 락밴드, 그리고 IT회사를 다녔던 이색적 이력의 작가가 내놓은 첫 소설책.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과연 어떨지.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냉혹한 세계를 엿봤다.



기대받던 검사 세휘는 법복을 벗고 알콜중독에 빠져 남편과 이혼할 위기에 처한다. 그나마 세휘를 지탱하던건 애지중지 키워온 어린 아들 수민. 결국 세휘는 수민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쇠락하는 촌동네 안덕을 찾는다. 조그만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안덕시를 떡주무르듯 주무르는 당숙어른의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 첫번째 의뢰를 맡는다. 세휘가 맡은 첫번째 의뢰는 당숙 패거리중 하나인 길림마트 사장의 실종사건이다. 전소된 마트에서 발견된 의문의 손가락 마디. 다만 발견된 손가락은 실종자의 것이 아닌 불상의 손가락. 세휘는 이 손가락에서 위험하고 불길한 느낌을 온 몸으로 받는다. 며칠 뒤 세휘의 예상대로 이번엔 당숙 패거리중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똑같은 방법으로 실종된다. 그리고 전소된 횟집에서 실종된 길림마트 사장의 손가락 마디가 발견되고.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이 시작 된다.....



작품을 보면서 작은 도시의 유지로서 동료 선후배들과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던 영화 [보안관]이 떠올랐다. 그래. 좋게 말하면 [보안관] 나쁘게 말하면 [범죄와의 도시]의 최민식의 롤이랄까. 안덕을 주름잡는 유지. 모든 사건의 비밀을 안고 있는 세휘의 당숙과 패거리는 정계까지 넘나느는 드넓은 인맥과 특유의 사람을 부리는 재주로 쓰러져 가는 안덕시에서 승승장구하는 검은 무리들이다. 그들의 패거리 혹은 후배들이 하나 둘씩 실종된다면 당연히 당숙 패거리들이 죄를 졌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고, 이제 독자들의 시선은 그들이 저지른 더러운 짓거리가 무언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 또 이 나쁜 놈을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에 주목할 것이다.



작품은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한 사람 그리고 다음 사람. 그리고 다음 사람. 그렇게 네 명의 악인을 차례대로 청소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뻔히 다음 타겟이 보이는대도 속절없이 그들의 실종을 지켜봐야 하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세휘의 무능력한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뭐, 이미 세휘 자체가 당숙과 결탁하여 일신을 위해 일하는 알콜 중독자이니 그녀 역시 뭘 어쩔 도리는 없었으리라. 



읽다보면 아! 이 사람 수상하다고 느낀 그 사람이 어이없게도 범인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절반도 안되는 시점에서 말이다. 딱히 범인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됐던 참혹한 사건으로 인한 피의 복수를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니까. 후던잇이나 하우던잇 보다는 와이던잇을 중요시 하는 작품들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까. 뭐. 그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되겠다. 그정도 떡밥만 물어도 충분히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큭큭큭.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경찰이 나무나 무능하게 그려지고, 결말은 현실적으로 억지스럽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뒤집는 매력 또한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을 읽고 결이 비슷한 영화가 떠오르긴 한데, 스포가 될 것같아 적지는 못하겠고. 그토록 땅을 파내고 꼼꼼이 다지는 터파기 작업을 한건 막판 끓어오르는 콘크리트를 부어버리기 위해서라는걸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고 아직은 가슴속 뜨끈한 콘크리트의 열기가 남아있지만 역시 얼마 안가 열기를 빼앗기고 단단하게 식어버린 콘크리트가 오래도록 냉기를 내뿜을 것 같은 작품이랄까. 



콘크리트 처럼 단단한 피부 아래 숨겨진 추악한 민낯. 그것은 당숙이나 세휘나 범인이나 이 작품에 나오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피해갈 수 없는 진실된 이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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