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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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2020년 초판)_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08p



손 끝에 실린 감정의 선율이 폭발하다



제 2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 없는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공장장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이 '또' 나왔다. [표정 없는 검사]를 읽은지 보름 남짓 지났는데 벌써 신작이라니....독자가 읽는 속도를 능가하는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 작가의 이번 신작은 '나카야마 시치리'가 선보이고 있는 여러 미스터리 월드중 가장 독보적이고 개성적인 시리즈. 클래식 탐정 미사키 요스케 세번째 이야기이다. 



눈으로 읽는 클래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에도 불구하고 그가 던지는 글자 하나 하나는 마치 악보의 음표와 마찬가지로 음률이 그려지고 마음속에서 단어와 문장의 음악이 흐르게 되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더군다나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스터리와 클래식이란 이질적인 장르가 불협화음을 내기 보다는 천상의 선율을 선사하니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것 또한 그 때문이리라. 



이번 작품 [언제까지나 쇼팽]은 그동안 출간되었던 [안녕, 드뷔시]와 [잘자요, 라흐마니노프]와는 또다른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앞선 작품들이 일본 내에서 클래식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무려 쇼팽의 나라 폴란드. 게다가 5년에 한번, 전세계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관심이 모이는 쇼팽 콩쿠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중심 스토리로 잡는다. 국가를 대표하는 클래식 천재들의 총성 없는 전쟁. 화려한 기교와 끈질긴 열정이 가슴에 불을 지피는 성대하고 화려한 결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클래식의 꽃은 콩쿠르 아니겠는가. ㅎㅎㅎ 일본을 대표하는 27세 최고령 참가자 미사키 요스케와 음악의 신이 선택한 천재 맹인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 그리고 4대째 이어내려오는 실질적 쇼팽의 후예 폴란드 클래식의 자부심 얀까지....이 3명이 펼치는 열정적인 연주에 심장이 미친 듯 고동친다. 



폴란드의 대통령이 탄 비행기 내부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하면서 비행기에 탔던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폴란드 내부는 갑작스러운 사고의 충격과 애도에 빠지고 그런 불안감을 쇼팽 콩쿠르로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폴란드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얀은 강압적인 아버지와 폴란드 시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러나 예선이 끝나고 결선이 치뤄지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호텔과 연주장 등등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연이어 발생한 것. 이 테러로 콩쿠르에 참가했던 연주자가 사망하면서 콩쿠르 대회 자체의 강행여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다. 그러나 집행부는 대회의 강행을 발표하고,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폭탄 테러범을 잡기 위해 클래식 탐정 미사키 요스케가 나서는데......



무대가 폴란드인 만큼 배경도 글로벌라이제이션 하다. 911테러 발생 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탈레반과 격돌을 벌이던 실제 세계정세를 작품에 녹여낸 것이다. 당시 아랍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 자살폭탄 테러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는데, 폴란드 역시 그런 종교, 이념 전쟁의 한가운데 놓여진 것. 나라의 대표로 피아노 건반을 때리는 클래식 전사들과 종교적 사명을 띄고 목숨을 버리는 전사들의 비극. 같은 사명감이지만 한쪽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생명을 살리고 다른 한쪽은 사람의 목숨을 하나라도 더 빼앗아가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받게 된다. 소설가의 사명은 책을 통해서 늘 그 순간 그 순간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말하는 작가의 사명에 가장 걸맞는 이야기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접한 클래식 소설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이 많이 떠올랐다. [꿀벌과 천둥]역시 콩쿠르에서 격돌하는 천재들의 치열한 피아노 연주 배틀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음악의 신이 선택한 천재의 숙명. 그리고 천재의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범인들의 고뇌. 이제는 공식처럼 떠오르게 되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아마데우스] 처럼.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기에 더욱 멀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이렇게 텍스트로 만나는 건 굉장히 이색적인 경험이고 그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웅장한 쇼팽의 음악에 심취한 와중에 비정한 테러범 '피아니스트'를 맞추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으니 여러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중 과연 범인은 누구일지.....결말의 반전에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는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중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이자 이번 [언제까지나 쇼팽]을 클래식 소설이 줄 수 있는 가장 진한 재미를 주는 작품으로 손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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